◈12시 5분 전◈
12시 5분 전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시간입니다.
자정을 코앞에 둔 그 시각은 어머니와 나의 유
일한 교감 시간이었습니다
정확히 12시5분 전이 되면,나는 습관처럼 꼭
어머니께 전화를 겁니다.
"어머니,저요 ...헤헤.걱정하고 안주무실까봐......"
"오냐,엄마 안심하고 잘게 너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일해."
"예 어머니."
나에겐 그저 습관처럼 거는 한 통의 전화였지만
어머니에게 그 시간만큼은 하루 종일 배를 곯아도
배부르고 넉넉한 만찬의 시간이라 하셨습니다.
"그래...엄마 걱정은 말고 조심해서 들어와라."
다 커버린 자식이 뭐가 그리 걱정인지 어머니는 늘
안절부절 못하셨고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대할 때마다
나는 괜히 유난스럽다며 타박만 하곤 했습니다.
"인식이 왔니?"
어머니는 언제나 내가 집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다
얼굴을 보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곤 하셨습니다.
"아직도 안 주무셨어요?"
"그럼,네가 들어와야 안심이 되지.피곤하지?"
"으휴,어머니."
옹고집인 내가 가세를 꺾고 12시5분 전에 칼같이 지키게
된 건 집에 전화 한 통 없이 야근을 하고 새벽이 되어서야
퇴근하던 날의 일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단잠을 깨울까 봐 현관문을 살짝 열고 깨금발로
살금살금 들어서는데,밤새 켜놓은 텔레비전 앞에서
어머니가 졸고 계셨습니다.
'아휴...TV가 그렇게도 좋으신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느라 밤새 선잠을 주무셨나 싶어,
어머니를 깨우려는데 그때 어머니 무릎에서 뭔가 툭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수화기와 전화번호 수첩.그것도 아들 회사 전화전호가
또렷이 적혀 있는 페이지가 펼쳐진 채였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전화 한 통을 기다리며 먼저 걸까 말까
밤새 고민하셨습니다.
우두커니 앉아서 졸고 있는 어머니의 늙수레한 모습을 보자
나는 그만 넘쳐나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앙상한 겨울 삭정이가 된 어머니를 살포시 안아 방에 뉘고
이불을 덮어 드렸습니다.그때 고개를 돌리며 잠에서
깨셨습니다.
"인식이 왔구나......."
"엄마...죄송해요."
"죄송은 뭘...13시 되기 전에만 전화 해주면 좋을 텐데,이상하지?
12시전에 전화가 안 오면 괜시리 불안해.흐음......"
어머니는 잠결에 힘없이 작은 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졸음을 떨치지 못한 채 이내 고른 숨을 내쉬며
아들의 불효를 다독거려 주셨습니다.
한 많은 세월,한결같이 자식만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올곧은 사랑을
생각하며 나는 그때 다짐했습니다.무슨 일이 있어도 12시5분 전 약속은
꼭 지키겠노라고......
어머니가 하늘 나라로 떠나신 지 어느 덧 1년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12시 5분 전이 되면 잊지 않고 하늘을 향해 전화를 겁니다.
'엄마...사랑해요."라고.
/TV동화 행복한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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