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앨리스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고편만 봤는데도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줄리안 무어는 무척 좋아하는 여배우인데 그녀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 구미가 당겼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소설까지 있다니 영화와 소설을 비교해서 보는 걸 즐겨하는 내게는 정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 퇴근을 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오니 택배가 와 있었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앞부분만 조금 읽자고 생각했는데 흡입력이 강해 나도 모르게 끝까지 읽게 되었다. 나는 "엄마를 부탁해"도 읽다가 눈물을 멈출 수 없어서 중도에 포기할 정도로 이런 이야기 류에 매우 약한편이다. 우리나라와 영미소설은 대체적으로 문체와 묘사가 매우 다른데 우리나라는 감정의 선을 예민하게 그리는데 비해 영미소설은 감정표현보다는 사건 위주기 때문에 독자의 사고에도 방향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의 감상은 그 차이점이 매우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앨리스는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 중인 매우 지적인 여성이다. 그러다 자신의 인지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을 느끼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그녀의 병명은 '알츠하이머'. 알츠하이머는 우리가 치매라고 부르는 병인데 차차 기억을 잃다가 끝내는 행동도 잊어 스스로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는 매우 안타까운 병이다. 요즘에는 치매라는 단어에 오랜 세월을 거쳐 내재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인지장애라고 고쳐 부른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인지심리학을 전공했다는 점에서 더욱더 이 병은 비극으로 다가온다. 더한 비극은 이 병이 유전된다는 점이다. 그녀의 엄마와 언니는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알코중독에 걸렸는데 생의 끝에서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고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 이유가 알콜중독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는 이 병이 아버지로부터 왔다고 생각치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를 낳았고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걸 몰랐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검사를 하고 싶냐고 묻는데 큰딸과 아들은 하고 싶다고 하고 막내딸은 어떠한 사실이든 알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알고 싶을까?! 지금껏 계속 고민 중인데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DNA에 병이 아로새겨졌다는 걸 미리 안다면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수정되기 전에 유전자검사를 통해 선별할 수 있어 자식은 그 병에서 피해갈 수 있다고 하지만 아는 게 되려 병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책은 주인공인 앨리스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그녀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그녀의 기록과 주변인의 시선으로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남편은 이기적이고 자식들은 각자의 일로 바빠 그녀는 점점 외로워진다. 무척 지적이고 아름다웠던 아내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아기처럼 되는 걸 지켜보는 남편의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 인지가 약해지는 앨리스보고 익숙한 장소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자고 행동으로써 다그치는 건 정말 불쾌했다. 그녀는 병세가 악화되기전에 자신에게 메시지를 남기는데 그조차도 그녀의 병으로 인해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은 꽤 충격적이었다. 소설은 그녀의 감정변화보다 그녀에게 일어나는 사건과 그녀의 시선만을 말해주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기억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듯한 느낌은 들었지만 멀찍이 서서 나와는 다른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관찰하며 읽었다. 이 부분이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을 때의 감정과 매우 다른 부분이다. 그때는 내가 엄마 또는 딸 같다는 생각이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영화를 보았다. 안타깝게도 영화는 생각보다는 모자랐다. 책이 훨씬 흥미롭고 재밌었다. 책처럼 카메라가 관찰자의 시점이 아닌 앨리스의 시선으로 진행되었다면 훨씬 감정이입이 더 잘되었을텐데, 아쉬웠다. 끝으로 책에서 작가가 앨리스를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여 영화 역시 마지막 장에서 막내딸의 대사로 구구절절 설명하려고 했는데 그리 와닿지는 않았다. 다만 줄리안 무어의 연기는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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