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스톤 셜록 홈즈 전집 세트 - 전9권 - 개정판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6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바른번역 옮김, 박광규 감수 / 코너스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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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셜록 홈즈를 들어봤을테다. 이렇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인물도 드물듯 하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였던 어린 시절, 나는 한때 셜록과 뤼팽에 열광했던 적이 있다. 뭔지 모를 으스스한 분위기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셜록과, 정의로운 도둑 뤼팽. 어떤 책에서는 만날 셜록이 한발 늦으면서 뤼팽한테 호되게 당하던데 후에 알고보니 뤼팽 작가인 모리스 르블랑의 심술이였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의 사이가 그닥 좋지 못했는데 모리스가 영국에서 유명한 홈즈를 깍아내리면서 양국의 자존심 대결구도를 만들어 유명세를 취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릴 때는 작가가 누구인지 주의깊게 살피지 않아서 나는 셜록보다는 뤼팽이 더 멋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니 비현실적인 모험가인 뤼팽보다는 현실에 기반을 둔 독특한 탐정인 셜록이 더 마음에 든다. 주머니가 두둑해진 성인이 되어서 셜록홈즈 전집을 사려고 했는데 번역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제껏 미루어두고 있었다. 이번에 받은 코너스톤의 홈즈는 번역은 차치하고 다른 책에는 들어있는 삽화가 빠져 있어서  매우 아쉽다. 다른 세트보다는 그리 고급스러운 느낌은 부족하나 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니 처음 셜록 홈즈를 접하는 청소년이나 학생들에게는 좋을 수 있겠다. 

  요즘들어 셜록 홈즈로 드라마와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소재가 고갈되고 새로운 인물을 만드는 데에는 위험 부담이 따르니 다양하게 변형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자는 심사인 듯 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인공인 영화 속 셜록 홈즈는 몸싸움에 능하고 능글능글한 모습으로, 드라마 엘리멘트 리에서 여자인 루시 리우가 왓슨으로 변주되어 나온다. 이 나름대로 재미있긴 하지만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을 현대식의 맛깔나게 재해석 한 건 영국드라마 '셜록' 아닐까 싶다. 드라마 셜록을 보고 난 후 오랜만에 '주홍색 연구'를 읽는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하는 눈짓, 몸짓, 표정 등등 하나하나가 떠올랐다. 소설과 드라마 속에서 홈즈가 사람을 두고 분석해서 어떠한 사람인지 유추해 내는 건 똑같은데 이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여간 불편하지 않을까. 소설 속 홈즈는 그나마 신사인데 비해 드라마 속 홈즈는 여과없이 생각이 나오는 데로 말을 뱉으니 내가 아무리 셜록을 좋아해도 나를 까뒤집으면 얼굴이 불그락푸르락이 될 성 싶다. 하지만 셜록의 추리력도 영국을 기반으로 할 때 빛이 나겠지. 미드 속 셜록도 영국을 한참 떠나면 바뀐 영국에 적응하기 위한 기한이 필요하다고 하니 그가 한국에 왔을 때 과연 그의 추리력이 빛을 발할 지 사뭇 궁금해진다.

  셜록은 범죄 연구에 도움이 되는 과학에 대해서는 깊게 알고 있으나 그 외의 상식에는 무지해서 이상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다. 영드 '셜록'의 홈즈는 '이성'이야 최우선이라는 소신하에 타인과의 감정적 교류를 거부하며 산다. 영드의 홈즈는 소위 소시오패스처럼 보이는데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이가 바로 '왓슨'이다. 사실 '왓슨'은 코난 도일의 페르소나이다. 예수의 탄생으로 기원전후가 나뉘듯이 '셜록 홈즈'는 왓슨과 셜록이 만나면서 시작된다. 왜냐하면 셜록이 왓슨을 만나기 전의 기록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셜록과 왓슨의 신나는 모험은 모두 왓슨의 기록으로 우리에게 보여진다. 둘이 무척 잘 어울리고 애틋해서 셜록은 동성애자고 왓슨과 사랑하는 사이라는 뜬끔없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미드에서도 그들만의 흐믓한 장면으로 끈적한 브로맨스를 꿈꾸는 몇몇 셜록키언들은 환호성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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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 셜록 팬들에게 유명한 우리나라 OCN … 아니 게이씨엔의 예고편을 감상해보겠다. 이것말고도 여러 버전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길 권한다.

  주홍색 연구에서 셜록과 홈즈가 첫 대면을 한다. 오랜만에 읽으니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홈즈의 추리력보다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살인범의 사연에 더 눈길이 갔다. 예전에는 사람이 사람을 심판하고,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말의 헛점으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사형제도도 반대했었다.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가 죽였다면 나라도 복수하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우리나라 법은 쓸데없이 범죄자들에게 너무나도 관대한 듯 해서 나의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은 점점 잔악해지고 있다. 사형제도가 범죄율을 낮추는데 도움이 안된다는 조사도 있으나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가해자는 똑같은 벌을 받아야 한다. 사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가장 큰 형벌은 반성, 참회겠지만 인성을 잃은 동물에게 그걸 바라는 건 사치일 듯 하다.

  법 테두리 밖의 종교단체에서 만들어 놓은 제도에 발목이 묶인 아버지와 딸이 있다. 모르몬교에 대해서는 간혹 범죄 드라마나 소설에 나와서 접해 본 적이 있다. 메디컬 드라마였는데 부모가 모르몬교였다. 딸은 모르몬교에서 빠져나왔는데 사고로 의식불명이었다. 수혈만 하면 살 수 있었는데 법적 보호자인 부모가 수혈을 거부해서 결국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이에 대해 드라마 속 의사들이 서로 의견이 달라 설왕설래 했다. 나는 이 장면에서 좀 충격을 받았는데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생명보다 계율이 먼저라는 그들의 소신이 이해가 안됐다. 아마 평생 이해하기 어려울 듯 하다. 또한 모르몬교는 일부다처제이다. 나는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성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노동력을 생산하는 가축 쯤으로 여기는 태도가 어처구니가 없다. 하나님을 믿는 게 아니라 목사, 즉 뱀같은 혀를 갖은 인간을 맹신하는 일부 교인들을 나는 혐오하는 편인데 소설 속의 타락한 모르몬교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들이 믿는 신은 어디로 갔는가. 당신이 믿는 게 정녕 신인가. 아버지와 딸, 딸을 사랑한 청년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면 소설 읽는 재미가 반감되겠으니 이 정도만 언급해야 겠다.  짧은 순간의 사랑에 평생을 다 바쳐 복수를 완성시킨 남자의 인생이 측은하고 안타깝지만 죽은 여자가 과연 그걸 원했을런지는 알 수 없다. 문득 복수도 자기만족이 아닐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어쩌면 셜록이 그토록 타인에게 무관심해진건 사람의 어두운 심연을 꿰뚫어 비관적으로 변해서인지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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