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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이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22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보다 책이 두꺼워서 놀랐다. 밤늦게야 책장을 펼쳤다. 일이 고된 날이라 맛만 조금 보고 다음날에 읽자 생각했는데 두 시간 동안 놓지 못하고 완독 하였다. 어거스트가 어떻게 되었을 지 계속 궁금하여 책을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코끝이 찡하자 눈물이 났다. 이 책은 주인공인 어거스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안면기형으로 집에서만 지내던 어거스트가 학교에 나가면서 벌어지는 일 년간의 성장소설이다. 또한 어거스트로 인해 성장하게 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도 하다. 아주 오래 전 얼굴 한쪽이 심하게 일그러진 할머니가 지하철 안에서 구걸하며 돌아다녔다. 어린 시절 남들과 달라 따가운 시선-그것이 경멸이든 호기심이든-을 받아보았기에 나만이라도 사람들 보고 꺼려하는 마음을 갖지 말며 뚫어지게 쳐다보지 말자고 평소 다짐했던 나조차도 피하고 싶을 정도로 모습이 기괴했다. 바로 부끄러움이 들어서 찡그렸던 이마를 피고 싶었지만 자신의 장애로 사람들을 위협하며 구걸을 한다고, 모든 책임을 할머니께 돌리던 나의 마음이 계속 떠올라 미간의 주름을 지우지 못했다. 할머니는 구걸 할 수밖에 없었을 사연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나는 여전히 가끔 궁금하다.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지 상대가 상처받지 않을까. 나 같은 경우는 차라리 무관심 한 게 상처를 덜 받았었다. 호기심으로 이것저것 묻는 사람들의 입을 꿰매고 싶을 때도 있었다. 어째서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저 스쳐 지나는 사람에게조차 일일이 설명해야 될까, 서글퍼지기도 했었다. 나와는 다르게 평생 그런 질문에 시달려야 할 어거스트를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시려온다. 불에 달구어진 돌 위를 걷는 성인식을 치루는 부족에 대해 얼핏 들었던 것 같다. 호기심으로 다가왔던 사람이 후에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기도 했지만 내 마음은 거기까지 가기 위해 불 위를 걷는 발바닥처럼 뜨끔거리며 어른이 되어야 했다.
비록 고개를 푹 숙이고 등 떠밀며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용기를 낸 어거스트. 용기를 낸 건 어거스트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나는 어거스트만 보였을 거다. 그 아이의 슬픔과 좌절과 실망만 보였을 테다. 하지만 조금은 성장한 나는 주변 사람들이 보인다. 어거스트 등을 밀어 세상에 내보냈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던 가족들이나 그 아이를 받아들이기까지 용기를 낸 친구가 보인다. 어거스트 말대로 모든 사람들은 기립 박수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용기를 내어 극복해서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겉모습이 달라 세상에 섞이지 못하는 사람은 마음까지 쉽게 뒤틀릴 수 있다. 어거스트의 마음이 그렇게 되지 않게 지켜주고 사랑해준 가족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평범하다는 말은 굉장히 위험하다. 세상에 평범한 사람이 존재 하기는 할까? 우리는 모두 다른 모습의 어거스트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겉모습이든 내면이든 간에 남과 다른 내가 존재한다. 표지에 보니 '책콩 어린이'라고 쓰여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라고 내놓은 듯하다. 하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감동 받을 책이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어거스트들이 이 책을 읽고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상처가 많았던 시절 쓴 글을 남기며 글을 마치겠다.
어느 날부터 나는 나의 길에 서 있기만 했다.
그때 눈을 감은 한 사람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이는 나의 차가운 손을 덥석 잡더니
"당신은 얼음 같은 사람이군요."
하고는 떠나갔다.
그 길에 서서 더욱 차가워진 손을 부여안고
뜨거운 눈물로 녹이고 있을 때
눈을 감은 또 다른 사람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이는 나의 눈물을 만지더니
"당신은 상처가 많은 사람이군요."
자신의 상처도 크다며 나를 지나쳤다.
그 길에 서서 눈물을 삼키며 누군가를 기다렸다.
저 멀리서 눈을 가린 사람이 오는 것을 보았다.
앞의 사람과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에
나 역시 눈을 감고 외면하려 했다.
그이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마음에 손을 얹었다.
"당신은 따뜻한 사람이군요."
그러고는 내 곁에 서서 한참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그 따뜻한 눈길이 느껴졌다.
그 사람은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내가
스스로 눈을 떠주길 기다렸다.
그러나 나는 눈을 뜨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한참 후
그 사람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길을 걷기 위해 떠났다.
떠나가는 그 사람의 등을 보기 위해
눈을 뜬 나는 아무도 들을 수 없게 중얼거렸다.
"나는 차갑지도, 상처가 많지도, 따뜻하지도 않아요. 나는 그저 나 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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