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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반 건강한 임신을 부탁해 - 아기가 찾아오는 엄마의 몸, 아기가 멀어지는 엄마의 몸
조 마리코, 기타노하라 마사다카 지음, 류지연 옮김 / 프리렉 / 2012년 7월
평점 :
내 나이 서른 둘. 서른셋을 코앞에 두고 있다. 내 영혼은 열아홉, 스물에 멈춰 있는데 사람들은 나를 보고 어른이 되라고 한다. 서른을 넘기자 나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주위 사람들은 결혼을 말하고 나보다 먼저 출산을 걱정한다. 마치 내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생소하다. 지금도 역시 그렇다. 내 나이의 여자는 이미 한물 간 것처럼, 너의 육체는 시들어 가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태만할 수 있냐고 비난의 시선을 보낸다. 여자를 겨우 애를 낳아주는 사람쯤으로 여기는 몇몇 남자들은 어린 여자들을 찾으며 여자가 서른을 넘기면 똥값이라고 비아냥거리겠지.
나는 내가 한창이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의 절정은 언제나 지금이었다. 지금 나는 제일 아름답고 싱그러우며 삶이 즐겁다. 그렇기에 이 안정감을 해치고 싶지 않다. 아기가 생기면 일단 내가 즐거워했던 모든 것을 포기해야겠지. 아기를 키우며 생기는 또 다른 기쁨이 있다고 하지만 내가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나는 두렵다. 나를 희생했기에 아기를 미워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무섭다. 나는 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그 몸짓이 나의 큰 손으로 부수어질까 걱정이 든다. 빽빽 우는 그 울음소리도 귀에 거슬린다. 아기가 울면 어쩔 줄 모르겠다. 나는 또한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을 대가없이 좋아한다는 순한 눈동자와 사람을 한없이 믿을 수 있는 그 헌신이 부담스럽다. 예전에는 싫어하면서 좋아하는 척 했다. 아기와 강아지를 싫어하면 차가운 여자라고 주변인이 말하는 걸 듣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좋아해야 된다고 다짐했다. 내게는 모성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어떤 어린아이를 보면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지며 보호해줘야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하다. 아마 이런 감정이 모성애일터이지. 하지만 나는 내 눈에 예쁜 애들만 예쁘다. 길 가다가 보이는 모든 아기를 보며 귀엽다고 호들갑을 떨던 아는 여자동생과는 다르게 나는 그러지 못하다. 어쩌면 나는 그저 이기적인 여자이겠다. 책임지는 게 무서워서 싫어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래, 나는 스스로를 책임지는 것도 벅차다.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그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기를 지켜야 하는 긴 시간을 지우는 것이다. 머털도사가 머리털을 뽑아 훅하고 불어서 분신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지 않다. 한 인간의 육체와 가치관을 가꾸는 어려운 일이다.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내가 나와 같은 인간을 만들고 나의 미성숙과 불완전함으로 상처를 줄까봐 걱정이 든다. 아기를 낳고 키우는 건 온통 걱정거리뿐인 것 같다. 하지만 영원히 아기를 낳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짝지의 귀엽고 순한 얼굴을 볼 때면 이 사람과 닮은 아기를 낳고 같이 키우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도 밀려드는 책임감에 벅차 고개를 흔들 뿐이다. 나는 내가 준비가 되었을 때 아기를 낳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시간에 결혼을 하고 출산을 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등 떠밀려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싶지는 않다. 세상 모든 이들이 같은 길을 걷을 수는 없다. 나는 나만의 시간이 있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노산의 위험을 생각해야 되니, 조금은 서글프다. 그런 위협을 받을 때마다 나는 늙은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입 안이 쓰다. 그렇지만 이왕이면 나와 아기 모두가 건강하면 좋겠다. 그러려면 준비가 필요 할 테다. 서른 중반, 건강한 임신을 부탁해.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반가웠다. 이 책은 영양테라피에 관해 쓰여 있다. 사람들은 좋은 것을 먹어야 된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그 사실을 간과한다. 우리는 열량은 넘쳐나지만 영양은 부족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음식의 홍수에서 진정한 영양의 밸런스를 잡기란 어렵다. 우리는 잘못된 식습관과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면서 스스로가 건강하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다.
책의 첫 장에는 자신의 영양부족이 어떤 타입인지 체크할 수 있다. 2장에서는 영양테라피를 소개한다. 3장은 엄마가 되기 위한 영양소를 소개했다. 4장에서는 임신을 위한 식습관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5장은 영양소별 레시피를 공개했다. 이 책의 요점을 말한다면 '골고루'이다. 우리의 편향되고 편협한 식습관이 불균형과 결핍을 부른다. 우리 옛 식단이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거친 잡곡밥과 채소가 주를 이뤘던 식탁에 살코기와 해물을 올려놓으면 완벽하겠다. 이 책에서 엄마가 되기 위한 영양소로 단백질, 철, 아연, 비타민 b군, 비타민 E, 비타민 A, 칼슘을 꼽았다. 모두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이다. 하지만 이들은 임신할 때만 필요한 게 아니라 여자가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려면 꼭 챙겨야할 영양소이다. 책에서는 부족한 영양소에 따른 증세를 가르쳐 주며 이를 예방하거나 고치려면 어떠한 영양분을 섭취해야한다고까지 일러준다. 영양테라피 출산 전 뿐 아니라 출산 후의 건강과 미용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꼭 임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하게 살기 위해 영양테라피 상담을 한번쯤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먹는 게 우리의 인생을 지배한다니, 조금 더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의식하며 먹어야겠다. '음식이 보약이다'는 선조들의 말이 허투루 나온 게 아니다. 말미에 나왔던 레시피의 종류가 조금 부족했단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쉬웠다. 지은이가 일본인이라서 그런지 일본 가정식 레시피 같았다. 우리 식탁에 맞는 레시피가 살짝 소개되었음 더 좋았을 것이다. 출산을 준비하거나 임신을 하신 분들께 유익한 책이니 한번쯤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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