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인간
알렉산드르 벨랴예프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예쁜 전래동화를 한편 읽은 듯한 느낌이에요. 아무래도 고전적인 문체 덕분일거에요. 분명 인어공주에서 모티브를 따온 소설이 분명하겠죠. 인어공주를 읽었을 때의 먹먹함이 떠올랐어요. 어릴 때 읽은 동화는, 커서 읽으면 다른 의미로 다가와요. 인어공주도 그랬어요. 어릴 적, 자기희생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였던 인어공주는 커버린 내게는 바보같고 안쓰럽기만한 서글픈 이야기가 되어버렸어요. 어째서 인어공주는 왕자의 심장에 칼을 꽂지 못한 걸까, 나라면 망설이지 않고 칼로 찔렀을텐데. '바다에서 구해준 너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눈치 없는 그 남자가 네 생을 걸만큼 가치가 있더라고 본것이냐.' 속으로 엄청 궁시렁 거렸죠. 마녀의 저주 때문에 죽으면 금방 사라지는 물거품이 되야 하는데도 사랑에 前生, 現生, 後生을 바치다니. 그 사랑이 끝나도 다음 사랑이 곧 찾아온다는 걸 처음 사랑에 눈 먼 그녀는 하나도 몰랐겠죠. 그리고 영원히 모르겠죠. 한여름 모래사장에서 하얗게 부셔지는 파도의 새하얀 거품은 인어공주의 잔해거나 눈물일거에요. 다음 생을 걸수도 없는 처량한 짝사랑. 안데르센은 어떤 마음으로 그토록 잔인한 동화를 쓴걸까요. 그 왕자님은 어떻게 됐을까요. 자신의 심장에 칼끝이 닿을 듯 말듯 향했다가 한 여자가 그를 지키기 위해 사라진 걸 알아차렸을까요. 그 눈치라면 어림없죠. 거짓말을 한 공주와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거에요. 나는 자기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랑을 믿지 않아요. 내가 있기에 사랑 또한 있는 법이죠.

  제목이 원래 '양서류 인간'이래요. 역자가 소설에 나오는 '물고기 인간'이 더 잘 맞는 것 같아 제목을 이렇게 했다고 하네요. 제목을 바꾼 건 참 잘한 듯해요. 양서류 인간은 왠지 두꺼비나 개구리가 생각나요. 끄억끄억 울면서 큰 눈은 껌벅거리는 모양은 돌고래와 날쌔게 바다를 가르는 아흐티안드르와는 어울리지 않아요.  이 책은 병이 든 폐를 수술해서 어쩔 수 없이 물속에서 살 게 된 언어 "이흐티안드르'가 주인공이에요. 바닷가 사람들은 그를 괴물이라 칭하며 경계하고 혐오해요.  무릇 사람들은 자기와 다르면 괴물이라고 해요.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 거미에게 물린 스파이더맨, 초능력자인 엑스맨, 감마선의 헐크 등등 우리가 영웅이라고 경외 하면서도 괴물이라고 경멸하듯이 이흐티안드르도 사람들의 경원과 경멸을 한 몸에 받고 있어요. 조금 다를 뿐인데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런 시선을 받는 건 불공평해요. 우리는 어쩌면 보편이라는 덫에 갇혀 스스로의 가치관과 인생을 재단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똑같은 인생 수순과 시선의 사람들만 있다면 이 지구는 얼마나 재미없는 행성이 될까요.

   소개글만 봤을 때 과학의 무분별함을 고발할 줄 알았어요. 제 예상과는 많이 달랐어요. 진정한 사람의 의미를 말하고자 하더군요. 뭇사람들이 괴물이라고 부르지만 사랑을 위할 줄 아는 이흐티안드르와 이흐티안드르를 손가락질 하면서도 돈때문에 그를 이용하려는 발타자르 형제와 페드로 주리타. 그들중 진정 괴물을 누구일까요?

  여름이 오면 바다로 가고 싶어져요. 발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듯이 빠져나가는 모래사장,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들,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파도,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 바다에서 헤엄친 적이 없어서 주변풍경만 떠오르네요. 소설 속 바다는 아름답지만 뱃사람의 욕망으로 잔인하기도 했어요. 바다 속 풍경을 그리듯이 묘사한 시원하고 매력적인 소설을 더운 여름에 한편 읽어보시면 좋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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