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50만부 발매기념 리커버 에디션) - 분노조절장애시대에 더 필요해진 감정 조절 육아법
오은영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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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욱하고 비꼰다. 연애할 때 신랑은 내게 항상 ‘나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지 비난하는 사람이 아니야. 내 말을 꼬아서 듣지 않았으면 해’라고 당부했다. 책에서 말하길 욱하는 사람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감정을 담는 그릇이 작아서 조금만 불편해도 넘쳐 수시로 짜증과 신경질이 나 있다. 다른 하나는 감정 그릇이 작지는 않은데 어느 순간 한 방울만 넘치면 폭발하는 타입이다. 언제 넘칠지 스스로나 그 누구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하다. 이 모든 유형은 감정을 다루지 못하는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이를 키울 때 최악의 상황을 만들곤 한다. 나는 전자인데 감정 그릇이 작고 체력도 약할 뿐 아니라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것에 대한 강박까지 있어 자신과 주변을 들들 볶는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런 인간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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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박사님은 어린이와 어른이의 문제를 대부분 원 부모와의 관계에서 짚어내곤 하는데 40여 년의 긴 과거를 돌이켜보면 내가 이렇게 자란 건 그럴만한 것 같다. 성격이 급한 부모님의 영향과 나의 예민한 선천적 기질이 맞물린 것이다. 이 과정이 필요한 건 내 심리의 원인을 알아야 분노를 촉발하는 게 무엇인지, 감정을 손쉽게 다스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서평은 나의 심리 분석이 목적이 아니라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함이니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책이 나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줘 나중에 딸아이가 자신의 문제점을 엄마인 나에게서 찾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행인 건 아이 아빠는 엄청나게 큰 감정 그릇을 갖고 있다는 거다. 눈이 뒤집혀 길길이 날뛰다가도 그나마 내가 반성하고 우리 가정을 지킬 수 있는 건 보살의 마음을 갖고 있는 신랑 덕분일 테다. 사실 나의 분노 버튼을 시도때도 없이 매번 누르는 건 정작 딸이 아닌 신랑이지만서도 딸에게도 그 너른 감정 그릇으로 화를 낸 적이 여태껏 한 번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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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딸에게 화를 낼 때는 도가 지나친 장난을 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씻을 때 협조를 하지 않을 때다. 딸아이는 나와는 다르게 깨어나서 자기 전까지 활력이 넘치는데 밤이 되면 내 체력이 바닥나서 딸의 장난을 받아주기에는 여력이 없기 일쑤다. 그래서 나는 효율적으로 시간을 분배해서 쓰려고 하는데 책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에 있어서 효율성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해서 좀 낙담하고 말았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언제까지 다독이며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 조곤조곤 말을 해서 타이르려고 노력 중이지만 딸의 대꾸는 ‘왜 다 엄마 아빠 마음대로 해? 왜 내 맘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어!!!‘다. 역시 현실 육아는 책과는 좀 다르다. 아님 내가 책을 읽고도 잘못하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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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제일 마음에 다가왔던 내용은 욱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는 결국 모든 문제 해결을 ‘화나 분노’로 하기 때문에 백번 아이에게 잘하는 것보다 한번 욱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나는 딸이 중요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화나 분노로 처리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그걸 스스럼없이 또렷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또 바란다. 책에서 여러 사례를 보여주며 나름의 해법을 제각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종래는 ‘아이에게 욱하지 말라’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주제가 담겨 있다. 또 욱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문제점을 발견하고 마음을 고쳐야 하는지도 짚어준다. 책에서 받은 조금의 위안은 자신이 욱하는 걸 인정하고 반성하는 사람은 변화할 일말의 희망이 있다는 부분이었다. 다양한 육아서를 읽는데 부끄럽게도 그 효용이 일주일 정도였다. 마음이 해이해질 때마다 책을 꺼내 다잡아야겠다.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주는 독이 든 사과면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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