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말린 공주 풀빛 그림 아이
다비드 칼리 지음, 파티냐 라모스 그림, 박선주 옮김 / 풀빛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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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여느 동화와 같이 시작한다. 본 사람은 없지만 투르말린 공주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공주는 높은 성에 갇혔다. 누구로부터 공주를 보호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루비, 홍옥수, 황금, 에메랄드 등등 보석 이름을 가진 여러 기사들이 공주를 구하러 길을 나선다. 많은 기사들이 실패한 끝에 마지막으로 크리스털 기사가 공주를 만나 입맞춤을 하며 동화가 끝난다. 책을 처음 받고 어떤 이야기인지 글에만 집중에서 읽었을 때 이야기가 이게 다인가 싶어 어리둥절했다. 공주를 구하러 온 기사가 투구를 벗자 더 좋았다는 게 이야기의 끝이라니. 그래서 그림을 다시 보니 기사가 머리가 길고 입술이 붉어 마치 여자로 보였다. 기사가 여자라는 말인가? 허나 그러한 남자도 있는 법이니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까 싶어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입을 맞대고 있는 공주와 기사의 뒷배경에 무지개가 그려져 있다. 아, 무릎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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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무성애 등등 사랑에 대해서 학술적으로 많은 분류가 있다. 사람의 성향과 취향 등이 어느 부분이든 단 한 가지로 고착되지 않고 무척 복잡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타인을 침해하거나 자기 파괴적이지만 않다면 어떤 사랑이든 긍정해야 한다는 주의다. 우리나라는 법으로 동성 간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폐지된 간통죄나 혼인빙자간음죄는 부활되고 동성 간의 사랑과 결혼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간통이나 간음죄를 없애 놓고 정작 동성애를 부정하는 건 국가와 사법부의 자기 기만이 아닐까 싶다. 간통이나 간음은 개인의 이기적인 욕망의 선택과 기만으로 가정을 산산조각 내며 여러 사람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듦에도 위와 같은 이유로 폐지를 해놓고 선택이 아닌 그럴 수밖에 없는 성적 지향을 금지하는 건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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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내 생각은 뒤로하고 아직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지 못한 급진적인 내용이 더군다나 동화에 실린 것에 대해 아이의 보호자와 읽은 아이들은 어떻에 받아들일지 가늠이 안 된다. 그래서 한 발자국 나선 출판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뭐, 내용을 차치하고도 일러스트가 환상적이라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리라 본다. 다만 제목이 투르말린 공주인데 정작 공주는 능동적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편견을 깨는 반전 있는 동화임에도 단 한 가지 고루한 부분이다. 딸아이에게 책을 읽어줬는데 아직 어려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그림이 예쁜지 계속 읽어달라고 졸랐다. 좀 더 커서 사랑에 눈을 뜨면 세상의 다양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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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빛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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