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비법과 명인의 술
조정형.조윤주 지음 / 다온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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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에서 악마가 인간에게 선물한 것이 술이란다. 술을 처음 마실 때는 양처럼 온순해지지만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고 노래하다 사자처럼 사나워져 싸우고 종국에는 돼지처럼 추해진다. 악마가 선물한 거라지만 나는 술 마시기를 끊을 수가 없다. 일과 살림 그리고 육아를 마치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의 맥주 한잔은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자 기쁨이기 때문이다. 한때 집에서 맥주 만들기가 유행했었는데 그보다 나는 전통주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사실 전통주를 자주 마시지 않지만 고추장, 된장 등등 옛것을 만드는데 흥미와 관심이 많은 나의 호기심 때문일 테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막걸리를 집에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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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내 기대에 어긋나게 이 책에는 술 만드는 법이 자세히 실려 있지 않다. 전통술의 역사, 분류, 특징, 문화 등이 실린 이른바 전통술 개론학이다. 양조기법이 한 장을 할애해서 실려 있지만 자세하지 않기에 초보자가 따라 하기 요원하다. 그래서 솔직히 조금 실망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재밌게 읽을 만한 매력이 충분히 있다. 발효를 위해 씹은 재료로 만들기 시작했다는 술의 유래는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비위가 상할 수 있겠지만서도 침에 있는 미생물로 술을 빚는다니 발효라는 건 참으로 신비하다고 생각했다. 목으로 술술 넘어가거나 술을 마셨을 때의 느낌을 표현했다는 술의 어원도 재밌었다. 전통주로 만드는 칵테일은 재료만 있으면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어 즐길만하다. 소싯적에 폭탄주를 많이 말아먹은 터라 폭탄주의 도수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하는 것도 재밌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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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페이지를 선뜻 내어 대한민국 술 명인 25명의 명인주를 소개해준다. 각각의 명주의 유래와 재료 그리고 만드는 방법이 간략하게나마 쓰여 있어 흥미로웠다. 술 종류가 그렇게 많다는 게 놀라웠고 동시에 귀한 전통이니 명맥이 끊기지 않게 소비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세계의 음주문화나 유명 술에 대한 글도 상식을 전하는 점에서는 좋았으나 반면 이 책의 주제에 살짝 맞지 않아 겉돌아 보였다. 읽으면서 구성이 나의 대학시절 교재같이 오래된 느낌이 들었다. 또한 편집이 일관되지 않고 약간 어수선해서 조금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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