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마음을 읽어주세요 - 발단 단계에 따른 아이 마음 들여다보기와 건강한 애착 관계 만들기
데보라 맥나마라 지음, 최다인 옮김 / 한문화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 부모님은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삼남매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어 자식들 마음밭을 제대로 가꾸지 못하셨다. 어릴 때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워낙 그런 시절이었고 나름 노력을 많이 하셨다는 걸 알아 이젠 원망은 없다. 하지만 철없는 큰누나에게 때때로 과거의 상처로 인한 서운함과 속상함을 토로하는 동생들을 볼 때면 한 인간을 옹이없이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가늠이 안돼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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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나는 봄이가 있다. 나와는 다르게 편안한 품에서 마음껏 놀고 쉬며 온전한 어린 시절을 만끽 했으면 좋겠다. 요즘 봄이는 고집이 꽤 늘어 나를 진땀나게 한다. 그럴 때면 나는 한숨을 쉬거나, 봄이를 다그치곤 하는데 이는 내가 탐탁치 않았던 부모님의 모습과 닮아 깜짝깜짝 놀란다. 그래서 나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태생과 환경에서 물려받은 성급함과 거친 성정은 모두 버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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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뭉클해 눈물이 날 것 같다. ‘엄마, 내 마음을 읽어주세요’ . 예민하고 몽상가인 아빠의 성격을 그대로 닮은 내가 나와는 정반대인 엄마에게 마음 속으로 수 없이 외치며 바라던 말이었다. 여전히 엄마는 나를 잘 모르겠고 이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신다. 부모자식간에도 교차점이 없을 수 있는 걸 나는 어릴 때 깨달았다. 후에 봄이와 나의 관계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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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행동주의/학습 방법론과 발달/ 관계 모형은 완전히 반대라고 한다. 행동주의/ 학습 방법론이 끌로 조각하는 조각가라면 발달/관계 방법론은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와 같다. 나는 봄이가 움직이지 못하는 조각상 보다는 꽃과 나무, 곤충과 동물이 살아서 숨쉬는 정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즉흥적이고 단순한 건 아직 뇌가 미성숙했기 때문이다. 울고 짜증내다 갑자기 웃으며 안기는 건 아이가 이상하고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러가지 감정을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봄아, 왜그래??’라고 말문이도 트이지 않은 아이에게 짜증내듯 묻는데 매우 좋지 않은 태도라는 걸 깨달았다. 부모는 어린 자식이 아직 미성숙하다는 걸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이 서로의 관계에 무척 중요한 지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또한 먼 훗날에 봄이가 엄마도 완전할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를 한다는 걸 안다고 괜찮다며 나를 안아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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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자발적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놀이를 통해 자아가 표현되며 뇌는 풍부하게 발달하고 마음이 안정 될 수 있다. 조기교육이나 스마트 기기 발전으로 아이들은 자발적 모험을 즐길 자유가 사라지고 수동적으로 변해 간다고 지적한다. 조기교육을 반대하는 입장이나 어디선가 그것은 ‘서민 부모의 자식 방치’라는 글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 내 생각이 옳은가 고민이 많았었는데 책을 읽으며 얼마간 위로를 얻었다. 스마트기기에 대한 고민은 신랑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나조차도 쫓아갈 수 없는 이 기기의 발전에 제대로 제동을 걸 수있을지 걱정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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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육아서가 범람하고 있지만 정답은 없는 듯 하다. 다만 이 책은 내가 그동안 했던 고민과 의문에 많은 답을 안겨줬다. 책 속의 다양한 이론과 방향제시가 들어있어 아기를 돌보며 읽기가 조금은 어려웠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자식에게 강요하고 통제하려는 부모가 이 책을 읽어 마음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아이 마음을 건강하게 가꿀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나같은 초보 엄마아빠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듯 하다. 빨리 읽고 싶은 마음에 후다닥 훑었는데 이제 다시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봄이를 잘 키우고 싶다. 봄이를 성공시키고 싶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바를 알고 나아갈 용기가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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