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소년의 블록>을 읽고,
키스 스튜어트 / 영국 아마존 소설 1위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편지는커녕 어떻게 해야
그녀에게 말이라도 다시 건네볼지 알수가 없었다.
우리의 결혼 생활은 샘 걱정을 하느라
전부 다 소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의 발작, 아이의 침묵,
우리에게 비명을 질러대던 나날들, …
"그런 온갖 일에 허둥대는 사이에
조디와 내가 함께 가졌던 마음은 색이 바래져버렸다.
이제 샘과 떨어져 있으니,
그게 불과 몇 시간에 불과한데도,
느낌이 이상했다. 중압감이 사라졌다.
하지만 대신 그 자리에 슬픔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자연은 감정의 공백을 증오하는 것 같았다.”
- 소년의 블록, 13페이지
자폐아를 둔 아빠이자 남편,
여전히 어른이 되어가는 길목에 선 한 남자.
그리고 여덟 살 자폐 소년인 샘.
아빠는 샘과 둘이 보내는 시간이 두렵다. 샘을 만나러 가기 전부터 마음이 무겁고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 두렵기만 하다.
그 와중에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하고 현실적인 문제들, 오랫동안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가족들의 등장 등 총체적 난국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이제 막 아내와도 별거를 시작하며 삶의 새로운 단계를 앞두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한 사람이자 아빠, 남편으로서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삶의 굴곡이 하강 국면으로 꽤 깊어지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마냥 슬퍼지지 않게 영국식 위트와 유머가 번뜩인다. 억지 감동을 짜내는 대신, 주인공 알렉스의 시니컬한 독백과 탁구공 튀듯 오가는 생생한 대화가 소설 읽는 재미를 배가한다.
영국 브리스틀의 평범한 가장이라고 소개하는 화자는 작가의 삶이 많이 녹아있다. 작가인 ‘키스 스튜어트(Keith Stuart)는 20년 이상 비디오 게임과 디지털 문화를 다뤄온 베테랑 기자로, 슬하 두 아들 가운데 한 명이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고 말한다. 당시 키스와 두 아들이 함께 비디오 게임, 특히 마인크래프트를 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겪었고, 이를 모티브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데뷔 소설인 <소년의 블록>은 출간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라 아마존 선정 2017 가장 뛰어난 소설이란 평을 받았다. (영국 아마존 분야 1위, 리차드 앤 주디 북클럽 베스트셀러) 또한 전 세계 31개국에 판권이 계약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는 두 번째 소설 <Days of Wonder> 발간 이후, 여전히 세 번째 소설을 집필 중이며 현재 두 아들과 아내와 함께(!) 영국 서머셋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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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나는 그런 젊은이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이 이곳에 정착하도록 도왔따.
나는, 많고 많은 내 죄 중에 하나를 추가하자면,
주택 담보 대출 상담가로 일한다.
내가 하는 일은 우리 고객의 꿈과 희망의 가치를
자산시장 및 그들이 모아둔 저금액과 비교하는 것이다.
나는 8년을 이곳에서 일하며 호황과 불황,
경기회복 초입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겪었다.
미봉책으로 잠깐 일할 생각이었다.
좀 더 좋은 일을 잡을 때까지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직업이 필요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탈락해버렸고
다시는 올라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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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게 정상이 아니었다.
나는 한 달 새에 두번이나 쫓겨났다.
나는 소용돌이 위에서 뱅뱅 도는 부표처럼
정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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