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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블록
키스 스튜어트 지음, 권가비 옮김 / 달의시간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영국식유머와 위트. 자폐아이를 둔 아빠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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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소년의 블록>을 읽고, 키스 스튜어트 / 영국 아마존 소설 1위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편지는커녕 어떻게 해야
그녀에게 말이라도 다시 건네볼지 알수가 없었다.
우리의 결혼 생활은 샘 걱정을 하느라
전부 다 소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의 발작, 아이의 침묵,
우리에게 비명을 질러대던 나날들, …

"그런 온갖 일에 허둥대는 사이에
조디와 내가 함께 가졌던 마음은 색이 바래져버렸다.
이제 샘과 떨어져 있으니,
그게 불과 몇 시간에 불과한데도,
느낌이 이상했다. 중압감이 사라졌다.
하지만 대신 그 자리에 슬픔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자연은 감정의 공백을 증오하는 것 같았다.”

- 소년의 블록, 13페이지










자폐아를 둔 아빠이자 남편,

여전히 어른이 되어가는 길목에 선 한 남자.

그리고 여덟 살 자폐 소년인 샘.

아빠는 샘과 둘이 보내는 시간이 두렵다. 샘을 만나러 가기 전부터 마음이 무겁고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 두렵기만 하다.

그 와중에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하고 현실적인 문제들, 오랫동안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가족들의 등장 등 총체적 난국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이제 막 아내와도 별거를 시작하며 삶의 새로운 단계를 앞두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한 사람이자 아빠, 남편으로서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삶의 굴곡이 하강 국면으로 꽤 깊어지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마냥 슬퍼지지 않게 영국식 위트와 유머가 번뜩인다. 억지 감동을 짜내는 대신, 주인공 알렉스의 시니컬한 독백과 탁구공 튀듯 오가는 생생한 대화가 소설 읽는 재미를 배가한다.

영국 브리스틀의 평범한 가장이라고 소개하는 화자는 작가의 삶이 많이 녹아있다. 작가인 ‘키스 스튜어트(Keith Stuart)는 20년 이상 비디오 게임과 디지털 문화를 다뤄온 베테랑 기자로, 슬하 두 아들 가운데 한 명이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고 말한다. 당시 키스와 두 아들이 함께 비디오 게임, 특히 마인크래프트를 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겪었고, 이를 모티브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데뷔 소설인 <소년의 블록>은 출간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라 아마존 선정 2017 가장 뛰어난 소설이란 평을 받았다. (영국 아마존 분야 1위, 리차드 앤 주디 북클럽 베스트셀러) 또한 전 세계 31개국에 판권이 계약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는 두 번째 소설 <Days of Wonder> 발간 이후, 여전히 세 번째 소설을 집필 중이며 현재 두 아들과 아내와 함께(!) 영국 서머셋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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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나는 그런 젊은이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이 이곳에 정착하도록 도왔따.

나는, 많고 많은 내 죄 중에 하나를 추가하자면,

주택 담보 대출 상담가로 일한다.

내가 하는 일은 우리 고객의 꿈과 희망의 가치를

자산시장 및 그들이 모아둔 저금액과 비교하는 것이다.

나는 8년을 이곳에서 일하며 호황과 불황,

경기회복 초입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겪었다.

미봉책으로 잠깐 일할 생각이었다.

좀 더 좋은 일을 잡을 때까지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직업이 필요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탈락해버렸고

다시는 올라서지 못했다.

<소년의 블록> 17-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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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게 정상이 아니었다.

나는 한 달 새에 두번이나  쫓겨났다.

나는 소용돌이 위에서 뱅뱅 도는 부표처럼

정처가 없었다.

<소년의 블록> 1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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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 온 뒤를 걷는다 - 눅눅한 마음을 대하는 정신과 의사의 시선
이효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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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눅눅한 마음을 대하는 정신과 의사의 시선 -

정신과 의사가 쓴 심리학 에세이. 


“긴 모정의 무재 속에서

그는 스스로 자라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 


지금은 자신에게 남겨진 의무인

엄마를 돌보며, 늙어버린 엄마를 따라

자신도 늙어간다. 


‘먼저 손 내밀어 주는’ 일이

무엇인지, 나는 감히 알지 못한다.

그들의 삶의 무게를 그저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정신병원에 근무하는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이다.”

- 책 본문 중에서



<지이현 서평>

책의 제목과 표지의 그림부터가 예술적입니다.

비가 온 다음 날의 바닷가. 우산을 든 한 남자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다른 이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정신과 의사를 표현한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라는 예기치 않은 삶의 흐름, 사건, 고통 속에서 누군가는 길을 잃기도 하고, 고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기도 합니다.

‘삶의 궤적에서 틀어지기도’ 하고, ‘때론 매우 절망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은 누구에게나 있고, 우리 모두 비 온 뒤를 걸어갑니다. 비 온 뒤에 조금 더 자신의 자리에 있는 자들이 그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 작가는 그것이 바로 ‘정신과 의사’인 자신의 일이라고 말합니다.

정신과 의사가 쓴 자기계발서는 많이 보았던 것 같은데, 심리학 에세이 중에서도 이렇게 담담하면서 아름다운 문체로 자신을 투영한 경우가 있었나 싶습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환자를 바라보는 정신과 의사. 의사이기 전에 그저 ‘한 사람’의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습니다.

특히 첫 장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이야기부터 너무 좋았습니다.

정신병을 앓는 사람들은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그들 역시 나의 세계 가까이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삶의 큰 비극 앞에서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운이 좋게도, 그리 큰 비극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비 온 뒤를 평온하게 걸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이를 한 걸음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고,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하는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게 되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책 속에서>

“무슨 서운하긴, 다 길 따라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먼저 손 내밀어 주길 나는 바랬지”

- 언니네 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 노랫말 가운데

“치매나 조현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다는 것

그리고 그런 환자의 가족이 된다는 것은

끝날 기약이 없는 장기전에 동원된 병사의 삶과 닮았다.

시간이 흐르고 그들 중 더러는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또 많은 가족과 환자는 서운하더라도,

다들 제 갈 길 따라가기 마련이라며

그 시간들을 버텨낸다.

그래도 누군가는 먼저 손 내밀어 주길 내심 바라며.”


“호전되지 않는 만성 질환으로 장기 입원 중인 환자의 삶은 ‘비 온 뒤 걷기’를 떠오르게 한다.

예기치 않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고, 그 때문에 원하던 삶의 궤적이 틀어졌고, 그것은 때론 매우 절망적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는 그 비 온 뒤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나의 일은 그 길을 조심스레 걸어가는 이들을 돕는 것이다.

조금씩이라도, 얼마간이라도, 어제보단 나아지기를 기대하며.

생각해보면, 그 비 온 뒤의 길이라는 것은 내 환자들만 걷는 길이 아니다. 나도 그렇고, 우리 대부분 역시 그런 삶을 산다.

우리는 모두, 비 온 뒤를 걷는다.”


<작가 소개> 이효근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도시 외곽에 자리 잡은 정신병원에서 만성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을 진료하고 있다. 정신과의 일이란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람과 질병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보고, 안타까운 순간과 아쉬운 마음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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