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퍼! 안 퍼! - 밥해대는 여자들의 외롭고 웃긴 부엌 이야기
김미경 외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글 하나 하나를 읽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끄덕, '그래 나도 그래', '그래 정말 그래'라고 공감을 했다.

나도 명절날 떠들썩한 잔치 분위기 속에서 밥 몇술 먹다가 모자란 반찬 담으러 일어나고 밥 몇술 먹다가 모자란 밥 더 떠주러 일어나고 또 다시 몇술 허겁지겁 밀어넣다 물 떠주러 일어나봤고, 후식으로 과일 먹는 가족들의 웃음 소리를 등뒤로 흘리며 혼자 서서 하는 설겆이의 외로움에 대해 안다.

또한 똑같이 맞벌이 하고 와서도 씻고 텔레비젼 앞에 드러누워 리모컨 이리 저리 돌리는 남편을 위해 옷 갈아입기가 무섭게 밥하고 반찬해서 밥상 차려내면서 내 밥보다 남편밥을 먼저 퍼고 있는 내 자신의 한심한 습관에 대해 짜증이 났던 경험이 있다.

또한 남편 생일상은 잔치상처럼 차려내놓고도 정작 내 생일날은 미역국도 못 얻어 먹고 결혼하면 원래 팔자가 이러려니 하는 심정 속에 친정엄마의 외로움과 억울함을 미리 살펴주지 못한 것에 대해 뒤늦은 후회도 해봤다.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나도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억울함이 팍팍 들면서도 어차피 밥안먹고 살 수 없는 것이라면 좀 더 즐겁고 행복한 부엌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는 각성도 들었다. 뒤돌아서서 이를 꼭 깨물고 혼자 끙끙 앓으면서 밥하고 반찬하고 설겆이할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조금씩 자리를 만들고---이것이 참 쉽지 않지만---혼자 하는 공간 속에서도 좋아하는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즐기면서 하는, 그래서 나만의 공간으로 꾸밀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쩔 수 있는 것은 바꾸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받아들이는 지혜.. 피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즐길 줄 아는 지혜가 한국의 가정주부인 나에게는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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