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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전환 -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 ㅣ 코기토 총서 : 세계 사상의 고전 18
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 / 길(도서출판) / 2009년 7월
평점 :
혹자는 인류역사상 3대 (정치)경제학자를 애덤 스미스, 칼 맑스, 존 메이나드 케인스를 꼽는다. 나는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한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칼 폴라니이다.
폴라니는 세계가 왜 이토록이나 개판이 되어버렸을까를 정치 경제학적으로다가 고민한 사람이다. 그의 사랑하는 아내 일로나 두친스카의 말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살이 마를 정도로 고통스럽게’ 고민 했다고 한다.
폴라니는 이 세계가 지옥의 아가리가 되어버린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첫째는 상품이 될 수 없는 토지, 노동, 화폐를 상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이 상품 허구(Commodity fiction)를 기반으로 하는 ‘자기조정 시장’(오늘날의 말로 하면 시장경제)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라는 것이다.
폴라니에 따르면 노동이란 인간 활동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인간 활동은 인간의 생명과 함께 붙어 있는 것이며, 판매를 위해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이유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 활동은 생명의 다른 영역과 분리될 수 없으며, 비축할 수도 사람 자신과 분리하여 동원할 수도 없다.
그리고 토지란 자연의 다른 이름일 뿐인데, 자연은 인간이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현실의 화폐는 그저 구매력의 징표일 뿐이며, 구매력이란 은행업이나 국가 금융의 메커니즘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노동, 토지, 화폐가 거래되는 시장들은 바로 그러한 허구의 도움을 받아 조직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장메커니즘은 현실 세계에서 이 허구의 원칙에 따라 작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어떤 제도나 행위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토지, 노동, 화폐는 결코 이런 원칙을 적용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럼으로 이 세계는 개판 더하기 지옥의 아가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끝으로 얼마 전에 읽은 강유원 선생의 <인문 고전 강의>에도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 강유원 선생은 폴라니의 ‘자기조정 시장’도 문제이지만 ‘자유주의 입헌국가’도 문제 삼아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선생의 말에 따르면, 자유주의 입헌국가란 개인의 사적 이익을 모든 것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헌법에 명시한 나라를 말한다.
자유주의 입헌국가의 사상적 배경은 ‘개인주의’이며, 그 시작은 가족, 국가, 공동체와 연결을 끊고 오롯이 독자적인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 데카르트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란 명제가 그 시작점인 셈이다.
첨언하면 ‘내 몸과 내 정신’은 온전히 나의 것이란 말이다. 이것이 데카르트의 사회적 함의다.
이것은 사적 이익이라는 로크의 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로크는 <통치론>에서 인간의 신체와 그 신체의 산물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말했다. 데카르트적 자아와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독자적 개인이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노동의 산물이 오로지 그 개인의 것일 수는 없다. 그런 까닭에 ‘개인의 소유권’ 위에 세워진 ‘자유주의 입헌국가’ 역시 허구적인 것이다.
칼 폴라니의 말에 강유원 선생의 말을 더하면, 우리는 결국 정치적 허구와 경제적 허구 위에 세워진 현실 속에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 셈이다.
“매트릭스 돋는다.”
“볼까?”
뱀발 : 역자 홍기빈 선생의 노고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