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 - 김홍희 사진산문집
김홍희 글.사진 / 마음산책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사람들은 묻는다. 그 많은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고, 내 대답은 언제나 간단하다.
"사랑에 빠졌던 곳"

책의 서문에 나오는 구절이 마음에 들어, 사진도 좋아서, 무엇보다도 글자 수가 많지 않아서, 끝까지 읽었다.
서문에 나오는 위의 구절만큼 마음에 드는 문장은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비슷한 정도로 마음에 드는 문장은 만났다.
"중요한 것은 머문다는 것"


2.
"진실로 울어본 자들은 알 것이다. 운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영혼을 맑게 하는 일인지."

이 문장을 읽고 문득 자문해봤다. 
나는 진실로 울어본 일이 있는가?
물론이다.
철들고 난 이후의 나의 울음은 늘 진실이었다. 
나이 든 성년 남자의 울음은 늘 진실일 수 밖에 없다. (드물게 거짓 울음을 우는 놈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건 논외로 치워두자.
울면서 거짓을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는 어린애와 여자 뿐일 게다.) 

그렇다면 다시 자문해보자.
울고 난 후의 내 영혼은 맑아졌는가?
내 대답은, 
"모르겠다."이다. 

나는 영혼이란 것이 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것이 맑아졌는지 어쨌는지 역시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자문해봤다.
"울고나면 정신은 맑아지는가?"
그렇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여지껏 나는 지극한 슬픔을 살아내 본 적이 없으므로, 역시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3.
"천상천하에 혼자 설 기회를 절대로 잃어버리지 말아라."
지은이의 일본인 스승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이 말은 나를 두렵게 만든다. 
나 역시 천상천하에 혼자 서 보고 싶다.
하지만 하늘 위에 하늘 아래서 오로지 혼자 견뎌야 할 고독의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두렵기가 한량이 없다. 

그래서, 나는 평생동안 누군가에게 기대 살고 싶다. 
그게 내가 오로지 바라는 바다.  

그래서일까, 사람 '인(人)'자가 유독 정겨워 보인다. 
이 정겨움이 나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따뜻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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