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이다. 별 다섯 개가 만점이라면 별 여섯 개 주고 싶다. 이 책의 미덕이라면, 우선, 서구의 대항해 시대를 거쳐 제국주의 시대를 우리의 시각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피상적으로 혹은 낭만적으로 또는 폭력적으로만 알고 있던 유럽의 대항해 시대를 실물경제의 측면에서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물론 이 책 이전에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라는 저작이 있긴 하지만, 또, 브로델의 저작에 많은 신세를 지고 있긴 하지만. 세 번째는 대항해 시대의 내면을 미시적으로 바라본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특히 선원과 해적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극단적인 폭력의 피해자이면서 착취의 대상인 동시에 잔혹한 폭력의 주체이면서 착취의 주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모습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자꾸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