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일단 술술 읽힌다. 김영하 선생의 다른 소설들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문득, '어른이란 성장통이 두려워 더 이상 성장하기를 포기한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소설 속의 주인공의 성장기는 낭만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주인공의 여자 친구인 '벽속의 요정'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서지원이라는 주인공과 동갑내기인 이 아가씨는 무엇보다도 이쁘고, 똑똑하다. 게다가 고아에다 백수에다 무일푼인 주인공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하기까지 하잖은가. 더해서 굉장한 부잣집 아가씨다. 이정도면 방랑의 길이 험해도 해 볼만 하잖은가.

그러나 현실은 허름한 고시원의 주인공의 옆방에 사는 수희씨 같은 걸 게다. 촌에서 자식 많은 집 막내딸로 태어나 공무원이 되려고 의지할 데 하나 없는 서울로 올라와 새벽에는 공무원 시험 대비 학원에 나가고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코딱지만한 고시원 쪽방에서 배운거 복습하다가 지쳐 쓰러져 잠이드는. 그러나 9급 아니 10급 공무원이 되려는 소박한 꿈마저 현실은 호락호락 내주지 않는. 지치고 외로워서 결국 스스로 목을 조르고 마는. 그러므로 소설 속에서도 현실은 비극 아니 참극인 것이다.

니체는 자기부정 속에서 삶의 의지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비극의 핵심으로 들었지만, 이 천박하고도 냉혹한 자본주의를 살아내야하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자기부정을 해봐야 파멸과 몰락의 고통 속에서 환희와 쾌락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통장의 잔고가 마이너스가 되거나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참극 속에 의미 없이 매몰 될 뿐이다. 

그래서 현실을 사는 젊은이들이 환타지한 세계로 통하는 벽장 속의 문을 그렇게도 찾아다니는 것 아니겠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