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 시간 - 수업이 모두 끝난 오후, 삶을 위한 진짜 수업
김권섭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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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종례시간을 생각해보면 그때의 우리들은 늘 부산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이른아침부터 시작된 수업을 모두 끝내고 집으로 학원으로 분식집으로 어디든 상관없이 학교를 벗어나고픈 마음에 우리들의 엉덩이는 늘 들썩들썩 거렸었다. 그런 우리들에게 숙제와 준비물과 방과후 학칙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않도록 엄포를 놓으시는 선생님의 표정도 우리와 꼭 닮아 있었던 그때, 그시간들.
다산에서 출간된 김권섭의 <종례시간>을 읽기전 학교안 종례시간의 모습이 그려지는 에피소드들이 담겨져 있을거란 생각을 했었다.
막상 책장을 펼쳐 읽기 시작하니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는 사뭇 달랐다.

조례와 종례의 본질은 '례(禮)'입니다. 례(禮)는 상대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절차입니다. 
례(禮)에는 몸가짐과 마음가짐이 모두 포함됩니다. 조례와 종례는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익히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특히 종례는 학생들이 더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교사의 정성을 담아 마련한 '언어의 잔칫상'입니다.(프롤로그중)

현직 고등학교 국어교사이자 고전 연구가인 저자가 30년 가까이 종례시간동안 들려준 이야기들 가운데 아이들에게 호응을 얻었던 88가지의 이야기들.
다독을 하며 한시와 시조를 좋아한다는 작가의 그동안 출간되었던 책들의 제목을 보자니 읽어야 할 책을 앞에두고  따분한 독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챕터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삶의  지혜와 관계속 깊은 교감에 대해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작가의 글을 읽다보니 어느새 책속 가득 붙어 있는 포스트잇이 눈에 띈다. 작가의 문체는 따뜻하다. 공부에 지친 제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위로하는듯한 글들이 따뜻하게 수를 놓은듯 하다.
논어와 맹자,불경,이솝우화,탈무드등 어려운 동서양 고전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쉽게 담아내고 특히 한자를 재미있게 응용한 부분은 꽤나 흥미로웠다.

일생(一生)에 사용된 날 생(生)은 땅에서 자라나는 풀을 그린 글자입니다. 문자의 기원으로 보면 이게 옳겠지만 어떤 이들은 이 글자를 소[牛]가 외나무다리[一] 위를 걸어가는 모습[生]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육중한 몸을 가진 소가 외나무다리 위를 걸어가면 위태롭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 일생도 이렇습니다. 제 아무리 훌륭한 일을 했더라도 해서 안 될 행동을 하는 순간에는 영락없이 다리 아래로 추락하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166p)

작가는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올바른 인격과 인성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특히 종례를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밥상머리 교육'이란 그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짧은 시간안에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는 시간. 그시간속에 이루어지는 깊은 교감들이 이 책 한권에 모두 녹아들은 듯 하다.
치열한 입시경쟁속 삭막한 학교교육과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삶을 위한 진짜 수업, 선생님의 따뜻한 위로가 곁들인 <종례시간>이라 하겠다.

인간은 참 멋진 말입니다. 시간이 시각과 시각까지의 사이를 가리킨다면 인간은 개인과 개인 사이를 의미합니다. 혼자서는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과 나와의 사이, 그러니까 관계를 맺어야 비로소 인간이 됩니다. 앞으로 우리는 존재론(antology)이란 말을 폐기하고 관계론(desmology)이란 말을 대신 사용할지 모릅니다. 하나의 존재로서 인간이 지닌 본질은 관계성입니다.(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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