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여로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나쓰키 시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은 두남녀의 동반자살로 사건의 포문을 연다.
각자의 이유로 자살을 선택하는 남자와 여자. 다량의 수면제를 먹은뒤 구토를 하며 여자가 깨어나고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다. 
엘릭시르에서 출간된 <흑백의 여로>는 읽을수록 굉장한 흡입력을 가진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사건의 전말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알수가 없어지고 초반부터 뚜렷했던 범인의 실체가 반전의 반전을 안겨주며 읽는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일본의 애거사 크리스티라 불린다는 여성 미스터리 작가 나쓰키 시즈코.
살아생전 백 여편이 넘는 수많은 작품을 썼다는 그녀의 소설을 애석하게도 나는 한편도 읽어보질 못했다. 처음으로 읽게된 나쓰키 시즈코의 소설인 <흑백의 여로>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주는 재미는 없지만 사건의 흐름에 숨겨진 트릭과 주인공 리카코의 심리를 통해 정통 미스터리 소설의 백미를 맛볼수 있었다.
또한 탐정이나 형사처럼 제3자로 인해 사건을 냉철하고 예리한 시각으로 풀어가는 전개와는 다르게 자신의 결백을 위해 풀어나가는 주인공의 궁지에 몰린 심리로인한 생생한 긴장감을 느낄수 있었다.

온몸이 얼어붙었다. 불현듯 거세게 가슴을 억눌린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 간신히 되살아난 도모나가를 다시 무참한 죽음으로 몰아넣은 냉혹한 눈이 어둠 어딘가에서 리카코의 기척을 살피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렷한 죽음의 공포가 리카코의 몸속을 날카롭게 관통했다. 본능적으로 경계했다.(53p)

방황하던 주인공 리카코에게 다가온 죽음의 손길은 뜻하지않게 벗어났지만 또다른 덫에 걸리게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속에 그녀는 살고자하는 삶의 의지를 갖게 된다. 
무엇보다 삶이 던져준 비극적 운명을 살수밖에 없는 인물들이 자신을 부정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살인이라는 끔직한 죄를 짓는 모습에 마음이 씁쓸해진다. 그것또한 그들의 생존을 위한 방식이었겠지만 오롯이 공감할수는 없었기에.
흑백으로 가를수 없는 존재의 비극인 한 인간의 죽음으로 긴여행은 끝이나지만 소설의 결말이 과연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모호해진다.

리카코는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헤아려보았다. 동반 자살을 가장해 목숨을 빼앗으려 했던 짓에 대한 분노는 신기하게도 사라지고 없었다. 마치 격통 뒤에 감각이 마비된 상처 같았다. 몸속 어딘가에 그를 향한 조건 없는 사랑이 숨어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랑이라 오인한 그 어두운 불꽃이 가짜였기 때문인가? (410p)

70년대 작품이라 시대적 차이로 인한 위화감을 느끼는 독자도 더러 있을수 있는 소설이다.
그당시에 성소수자라는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선택했다는 점과 사건을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여성인 리카코의 모습을 보면서 <흑백의 여로>는 한발 앞선 열린사고를 가진 나쓰키 시즈코의 매력을 엿볼수 있었던 소설이라 생각한다.
그녀의 또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신에 대한 반역이래도 난 두렵지 않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