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희와 나 - 2017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이기호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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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집인 책에는 이기호의 [한정희와 나]라는 수상작과 한편의 자선작외 수상후보작 8편이 함께 실려있다.
눈에 띄는건 요즘 서점가에서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쟁쟁한 젊은작가들의 이름이었다. 구병모, 권여선, 기준영, 김경옥, 김애란, 박민정, 최은영, 편혜영까지 필력가득찬 단편들을 보고 있자니 식탁 가득찬 맛있는 뷔페음식을 앞에 두고 읽기전부터 군침이 도는 듯 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단편집 [웬만해선 아무렇지않다]라는 책으로 접하게 된 이기호작가. 그의 수상작인 [한정희와 나]는 소설가인 '나'라는 시점에서 바라본 한정희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어릴적 아내를 잠시 키워준 마석부모님. 그들이 입양했던 재경오빠의 아이인 정희를 잠시 맡게된다.
무난하게 잘지내던 13살 소녀인 정희와의 생활은 정희가 가해자입장으로 학폭위에 회부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아내도 나도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의 일인지 잘 몰랐던 것이 맞았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랬다.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맞이한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어떤 시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잘 몰랐던 것이 맞았다. 그건 아이들을 아무리 많이 키우고 있다고 해도 저절로 알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세상에 예상 가능한 아이란 없는 법이니까...(20p)

오랜시간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던 자신과 다르게 가해자이면서도 죄의식 하나 없이 행동하는 정희를 보며 결국 해서는 안될 말을 해버린 '나'는 타인에게 베푸는 환대라는것에 대한 깊은 회의를 느끼게 된다.
이기호작가의 자선작인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담아내는데 권순찬이라는 인물에 대한 아파트사람들의 환대와 호의는 결국 한계에 다다르고 타인에 대한 호의가 적의로 돌아서게 된다. 작가는 타인에 대한 절대적 환대, 이해와 공감의 한계에 대해 진솔한 고백을 통하여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이렇게 춥고 뺨이 시린 밤, 누군가 찾아온다면,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때 나는 그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그때도 나는 과연 그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까?(39p)

수상후보작중에도 최저생계비와 갚아야할 빚으로 팍팍한 하루하루를 사는 젊은이의 이야기인 권여선의 '손톱' 과 다문화 가정에게 던져지는 편견속에 인간의 이면을 이야기하는 김애란의 '가리는 손' 여성혐오와 가부장제안에서 고통받는 여자들의 삶을 그려낸 박민정의 '바비의 분위기' 최은영의 '601,602' 등 각박한 현실속에 놓여진 사람들의 모습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여러작가의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가 한권에 모두 담겨져있는 [한정희와 나], 이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고단한 삶의 모습을 담담히 그려내 긴 여운을 남긴 소설이라 하겠다.

우리의 내면은 늘 불안과 절망과 갈등 같은 것들이 함께 모여 있는 법인데, 자기 자신조차 낯설게 다가올 때가 많은데, 어떻게 그 상태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받인들일 수 있는가..나는 그게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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