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인해 사망자가 생기고 부실한 소방관의 대처때문이란 언론과 대중의 날선 비판의 글을 대한적이 있다. 검은 연기와 금방이라도 삼켜버릴듯한 화마가 쓸고지나간 뒤 고개숙인 소방관들의 모습에 안타까우면서도 속상했었던 기억이 난다. 월급을 받는 직업이라지만 생명의 위험을 느낄수밖에 없는, 그럼에도 모두를 구할수 없음에 그들은 분명 육체적, 심적으로 힘들어 했을터이다. 불을 마주하는 고통과 두려움과 공포. 화재의 현장을 뉴스를 통해 접할때마다 소방관들은 어떤 마음으로 불속에 뛰어드는것일까란 생각을 종종 할때가 있다. 불과의 사투속에 사람을 구해야 하는 현재의 소방관처럼 조선시대에도 '멸화군'이라는 불을 없애는 소방대원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 세종1426년 아궁이의 작은 불똥으로 인해 대화재가 생기고 난후 군인들로 구성된 불을끄는 '멸화군'이 생겨났고 그들의 활약으로 빈번했던 화재가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조선의 소방관 멸화군을 소재로 쓴 정명섭의 [멸화군 불의 연인]은 판타지와 로맨스,역사이야기까지 가미한 흥미로운 소설이다. 화귀와의 싸움이 숙명처럼 내려온 길환과 무리들은 외진곳에 자신들의 마을을 만들고 숨어살며 공력을 끌어모으고 부적에 주문을 쓰는 법을 배우며 살고 있 다. 뜻밖의 기회로 그들을 중심으로 궁궐이 있는 한성에 화재를 막을 관부인 멸화군이 만들어지고 두령인 길환은 그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된다. 기생이었던 연인 홍연을 만나 불처럼 뜨거운 사랑을 하게 되지만 화재로 인해 불행한 사고를 당한 연인을 구하려던 길환은 커다란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 결국 그와 멸화군은 대역죄인으로 몰리게 되면서 험난한 삶을 맞게 되는데.. 어릴 때부터 고향이 세상의 전부인 줄만 알았다. 그리고 주어진 사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믿었다. 세상에 나온 후 그동안 배우고 믿어왔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보통 사람들과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왔던 고향 사람들은 변화를 거부하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왜 불과 싸우는 운명을 타고나야 했는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76p) 화재로 인해 소중한 가족들을 잃고 집도 재물도 잃어버린 사람들은 멸화군에게 원망을 쏟아내고 화귀인 누르의 교묘한 계책으로 대역죄인이 되어버리는 멸화군의 모습은 현재의 소방관들에 대한 시선까지 겹쳐져 화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을 끄는것이 자신의 운명임을 받아들이고 쏟아지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화귀의 출몰에 가차없이 나서는 그들의 모습은 슬프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다. '불의 연인'이라는 부제와 다르게 로맨스는 많은 부분이 나오진 않지만 주인공들의 삶에 큰변화를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불과의 사투속에 달달한 재미또한 주고있다. 독특한 소재와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가독성이 좋은 [멸화군 불의연인] 이었다. 처음 한양에 와서 멸화군들을 봤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홀대와 수모를 당하면서도 묵묵히 일하는 것을 보면서 말이죠. 하지만 인간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든 그들을 지켜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428p)
불꽃 같은 그대여, 나를 잊지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