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란드의 밤

라플란드의 밤
올리비에 트뤽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1월

'최후의 툰드라'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송을 통해 본적이 있다.
북극해 연안 동토의 땅, 야말반도에 사는 유목인 '네네츠인'의 이야기를 다룬 방송에선 순록을 길러 의식주를 해결하며 척박하고 혹독한 환경속에서도 대자연에 순응하며 살고있는 그들의 삶을 그려냈다.
소수민족의 삶속에서 느껴지는 그들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과 순록을 닮은듯한 순수한 사람들의 모습을 꽤 인상깊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들과 비슷한 삶의 모습을 가진 또다른 툰드라 지역인 '라플란드'에서 살고 있는 소수민족인 사미족. 그들의이야기를 담은 소설 [라플란드의 밤]의 저자인 올리비에 트뤽은 실제 토착민인 사미족에 대해 오랜 취재와 연구를 기반으로 스릴러를 가미한 소설을 출간했다.
설원을 배경으로 극한의 추위속에서도 순록을 방목하며 사는 사미족의 모습은 방송을 통해 보았던 유목민의 모습을 본 탓인지 낯선 이국의 풍경이 더욱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왔던것 같다.

소설은 40일간의 극야가 끝나고 태양이 다시 떠오른 날 두가지 사건으로 인해 라플란드의 작은 마을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박물관에 보관되어있던 사미족의 영혼이 깃든 전통 북이 사라진날 순록치기 마티스가 살해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노르웨이 순록경찰인 클레메트 낭고와 니나 난센의 수사가 시작된다.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갈수록 밝혀지는 놀라운 진실은 북유럽 소수민족인 사미족 선조들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알게된다.

이 북은 사미족의 땅으로 돌아온 첫 번째 사미 전통 북입니다. 샤먼들이 사용했던 북이죠. 도난당한 북은 이 민족에게 커다란 가치와 의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걸 도난당했다는 건 사미족에게 진정한 비극, 그야말로 진정한 비극입니다. 조상의 땅으로 다시 가져오기 위해 수많은 세월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니까요.(51p)

순록사육으로 인해 일어나는 분쟁들을 해결하는 특수한 업무를 지닌 순록경찰은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다. 순록을 기르며 사는 유목민인 사미족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서인지 순록경찰이 사건을 파헤쳐 간다는 설정은 독특하다.
라플란드의 눈덮인 고지대를 스노모빌을 타고 다니며, 프랑스 파리와 스웨덴의 키루나,그리고 스웨덴의 작은 도시 끝자락에 위치한 북유럽지질학 연구소까지 사건을 풀어가는 순록경찰인 주인공들의 행보를 따라가니 어느덧 소설의 끝자락에 다다르게 된다.
소설의 결말엔 의외의 인물이 주는 선과 악에대한 놀랄만한 반전은 없었다. 하지만 책은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누구일까란 초기의 관심사는 없어지고  사미족이 남긴 북의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소수민족인 그들이 겪어야 했던 역경과 투쟁의 이야기로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듯 푹 빠져 읽게 된다.

사미 문화와 전혀 상관없는 교육을 받으며 자란 그였다. 그런 자신에게 사미 문화와 역사의 핵심이며 이 모든 사건의 열쇠인 북은 니나가 느끼는 것만큼이나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불현듯 숙부의 말이 떠올랐다. 숙부는 사미인들이 종교전쟁, 진짜 종교전쟁의 희생자라고 했다. 그들은 전쟁에서 패했다. 클레메트 자신이 그 사실에 대한 살아 있는 증거였다. 북은 내면에서 잠자던 뿌리 깊은 감정을 사정없이 뒤흔들며 일깨워주었다.(469p)

책속에 첨부된 QR코드를 통해 그들의 음악인 '요이크'를 들어보며 밤하늘 자연이 주는 신비한 오로라의 빛의 향연속에 잠시 빠져본 시간.
북유럽 설원에서 펼쳐지는 [라플란스의 밤]과의 여행은 꽤 괜찮은 시간인 듯 하다.

라플란스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