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 은폐된 북관동北關東 연쇄 아동납치살인사건
시미즈 기요시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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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이라는 영화가 있다.
2000년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을 바탕으로 상영된 영화이다. 영화는 목격자였던 무고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려 범행을 부인해보지만 결국 10년만기 출소후 재심을 통해 무죄가 된뒤 실제 범인이 잡혔던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검찰과 경찰들의 강압수사로 조작된 증거로 누명을 쓰고 10년이란 삶을 송두리째 뺏긴 한 남자를 통해 사법당국의 오만하고 권위적인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 영화라 할수 있다.
이와같이 실제사건을 모티브로 진실을 밝히려는 일본판 재심의 이야기가 있다.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의 저자이자 일본 니혼TV 보도국 기자인 시미즈 기요시는 관동지방에서 일어난 4명의 어린 소녀들이 납치살해되는 강력사건을 취재하며 모순점과 의문점,불합리한점을 보도하고 누명을 쓴채 17년째 복역중인 스가야 도시카즈의 재심을 이끌어낸 사건을 책으로 출간했다.

르포형식으로 쓰여진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는 은폐된 일본의 북관동 연쇄 아동납치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은 논픽션이다
일본을 움직인다라는 테마로 방영할 미해결된 사건을 소재로 찾던중 군마 현에서 발생한 4세여아 요코야마 유카리가 행방불명된 사건을 마주하게 된 시미즈는 10킬로 거리에서 3명의 아동납치살해가 일어난 아시카가 사건과 연관이 있을것이라고 직감한다.
그리고 유치원 운전기사였던 스가야가 당시 도입된 DNA감정결과와 경찰의 강압적인 취조로 받아낸 자백으로 아동납치 살해범인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뒤 교도소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누명을 확신한 시미즈는 가장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강제로 범죄자를 만드는 공권력의 폭력의 희생양인 그를 1년여동안 검증과 취재, 보도를 통해 DNA재감정과 재심을 이끌어내 파문을 일으킨다.

고문 같은 취조로 자백시킨 경찰, 그 자백을 믿은 검찰과 법원, 그리고 그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기만 한 언론. 무죄가 되어도 모든 사람이 '유죄'를 믿어 의심치 않는 현실을 나는 피부로 느꼈다. 나는 밤거리를 쓸쓸하게 걸어가는 멘다 씨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360p)

진실을 밝히려는 저자의 쾌거는 권위적인 검찰의 사죄와 재심을 이끌어내지만 아직도 밝혀지지않은 미제사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또한 과거 자신들의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을 생각보단 은폐하기에 급급한 사법당국의 모습과 사람이 사람을 위해 만든 법이라는 시스템의 불완전한 모습을 보니 그들의 과오는 또다시 되풀이 될수도 있겠구나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저널리즘의 사명이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고뇌와 의문을 쫓고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그의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은 인상깊게 남았다.

권력가나 유명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그냥 놔두어도 멀리 퍼진다. 하지만 작은 목소리는 다르다. 그 목소리는 국가나 세상에 닿지 않는다. 그 가교가 되어주는 것이 보도의 사명일지도 모른다.(364p)

이소설은 실제이야기가 바탕이 된만큼 읽는 순간마다 분노와 슬픔과 기쁨을 함께 느끼기도 하고 눈앞에서 현장취재를 함께 하고 있는 것처럼 숨가쁘게 달려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 그렇지만 언젠가 마주하게 될지 모르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작은 경종을 울리게 한다.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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