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지옥을 가지고 있다. 단지 그걸 얼마나 자주 늪처럼 빠져드느냐에 차이가 있을뿐.(400p)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두남녀의 뜨거운 복수극. 운석이야기 이후 두번째로 알게된 K스릴러인 [청계산장의 재판]은 복수라는 주제로 의문의 인질극이 시작되고 재력가에 의해 감춰진 진실들이 조금씩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다. 표지속 산장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는 강렬한 모습때문인지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요즘 나오는 장르소설중에 복수에 관련된 책이나 영화 이야기가 많이 보이는듯 하다. 아마도 법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도구이자 수단으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현실속에서 사회적 약자인 그들 스스로 범죄자를 처벌하는 허구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J그룹 재벌2세 조성주의 소유인 청계산장에 초대받은 손님들. 가면파티라는 명목아래 서로의 이름도 얼굴도 모른채 술과 마약과 도박등 환락의 시간들을 보내던중 총소리와 함께 인질범들이 나타난다. 30~40명의 인질들이 갇혀있고 산장밖엔 형사들과 대치하는 과정속에서 상위 1프로에 해당한다는 상류층의 자제들이 인질로 잡혀있다는것을 알게 되고 인질범은 그들의 몸값으로 50억 상당의 다이아를 요구한다. 하나둘씩 풀려나는 인질들. 그러나 범인들의 또다른 계획적인 시나리오에 형사들은 당황하고 갑자기 남겨진 7명의 인질에 대한 공개재판이 열린다. 과연 인질범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공평함이죠. 왜 탈리오 법칙, 곧 동해보복법이 구체적인 법으로 규정되었는지 아십니까? 힘이 없어서 직접 복수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공권력이 대신해 주는 것이며, 힘이 넘쳐서 몇 배의 복수를 하려는 피해자를 제한하기 위한 것입니다. 바로 공평함이고 정의의 시작이죠."(265p) 소설은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를 최소한 줄이며 그들을 따라가는 전개보다 어떤일들이 일어날지 오롯이 사건에만 집중할수 있게 한다. 7년이란 시간동안 진실을 찾고 복수를 하기위한 두 남녀의 고된 행로들은 스스로를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언젠가 영화 '재심'의 실제 모델이자 변호사인 박준영변호사의 인터뷰 내용중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려면 힘있는 사람들의 특권을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로 뭔가 부족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말이 생각났다. 어쩌면 그들에게도 법앞에 공정한 재판을 받고 보호를 받았더라면 피비린내 풍기는 괴물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영화한편을 봤다고 해야할까? 인질극을 따라 청계산장을 부산스럽게 오고가고 범인이 누굴지 추리해보며 유난스레 인질범들에게 옴팡지게 빠져든 시간이었다. 진실은 알아도 고통스럽고 알지 못해도 고통스럽다. 복수 역시 마찬가지다. 해도 괴롭고 안 해도 괴롭다. 그럴진대 안 하고 오래오래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사느니 빨리 하고 끝내는 게 낫지 않겠는가.(390p)
청계산장의 재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