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
폴 비티 지음, 이나경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흑인 여자들을 항상 피부색으로 묘사하는게 지겨워요! 꿀색이 어떻고! 다크 초콜릿색이 어떻고!
대체 백인 여자들을 음식이나 뜨거운 액체의 색으로 묘사하지 않는 이유는 뭐죠? 어째서 이 인종 차별적이고 결말도 없는 책에 요구르트색, 달걀껍질색, 스트링 치즈피부, 저지방 우윳빛 백인 주인공은 안나오는 거죠?
그래서 흑인 문학이 후지다는 거예요!(197p)

어린이 그림책 [사라, 버스를 타다]란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준 적이 있다.
미국의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서 일어난 로사 팍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책은 버스안에서 백인의 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되는 흑인 아이 사라의 이야기이다.
승차거부로 이어진 이 사건은 결국 법을 바꾸게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인종차별법에 대한 부당함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수 있게 만든 그림책이다.
이에 반하는 굉장히 독특한 소설 한권을 만났다.
미국에서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폴 비티의 신간 [배반]이라는 책인데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를 이끌어 낸 만큼 화제의 책으로 꼽혔다.
로스앤젤레스 교외 가상의 마을을 무대로 노예 제도와 인종 분리 정책이 복구되는 이야기로 권리를 찾고 피부색으로 차별받는 세상이 없어지길 바라는 흑인들의 목소리와는 다른 역설적인 내용의 블랙 코미디다.
재밌는 점은 이 시대착오적 주장을 하는 주인공이 바로 부당한 일들을 당하고 있는 흑인이라는 점.
백인 경찰이 쏜 총에 어이없이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 미는 버스에 백인우대석을 만들고 백인이 살고 있지 않는 마을에 백인 전용 학교를 세우고 공공도서관엔 유색 인종 전용이라는 안내판을 만든다.
우범지대였던 디킨스시가 없어지면서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는 인종 분리 정책책을 통해 사람들을 단합시키고 온순하게 만드는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분리 정책을 실시하는거야." 
그말을 하자마자 디킨스를 되살려 내는 방법도 바로 인종 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안에서 나누던 공동체 감정이 학교로 퍼질것이고, 그다음에는 도시 전체로 스며들 것이다. 인종 분리 정책이 남아공 흑인들을 결집시켰다면 디킨스에서도 똑같은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228p)

지금은 인종차별법이나 분리 정책이 없어지고 인종차별에 관한 부정적 발언조차 비판받는 시대이긴 하나 아직도 미국사회에 뿌리깊이 존재하고 있음을 소설은 이야기한다.
물론 미국에만 속한 이야기도 아니며 흑인에만 국한된것도 아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항공사에서 일어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사례들을 보면 많은곳에서  부당한 대우로 불쾌한 경우들이 많이들 발생하고 있지만 무엇하나 명쾌하게 해결되거나 보완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인권과 평등이 이땅위에 단단히 다져지기 위해선 '다르다'를 인정하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한과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시종일관 무거운 주제이긴 하나 부당한 현실을 유머스러운 풍자로 써내려간 작가의 필력은 괴물같다는 표현을 쓰고싶다.
이해할수 없는 미국역사에 대해 번역자의 각주가 이해를 도우며 간혹 흑인비하에 대한 표현과 조롱섞인 문장들, 과격한 풍자로 살짝 불편할지 모르나 풍자소설이 가지는 특성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즐길수 있는 시간이 될듯하다.

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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