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넷에서 새로 나온 [스프린터]의 매력은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이 아닐까? 판타지와 SF를 적절히 섞인 이 소설은 괴생명체의 습격으로 붕괴되는 지하터널속에서 펼쳐지는 생존을 위한 싸움과 속속들이 드러나는 거대한 음모들을 마주하게 된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소설속 배경은 현실의 도심속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지하철. 밀실처럼 갇혀 고립되는 상황이 공포감을 더욱 부추기고 어둠속에서 괴생명체들의 습격을 받아야 하는 생존자들은 아비규환의 모습이다. 불의의 사고로 같은날 동시에 부모를 잃은 단이와 지태,연아는 우연히 지하철을 타고 있다가 이 말도 안되는 테러에 휘말리게 되고 자신들을 입양해 키워준 엄마마저 노량진역에서 부상을 당한채 갇히게 된다. 도핑스캔들로 꿈을 이루지못했던 주인공 단이는 지태,연아와 함께 갇혀있는 엄마를 구하고 생존을 향한 그들의 질주가 시작된다. "무슨 일이 생겨도, 우리, 사람다운 선택을 하자. 우리가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자."(340p) 목적을 위해 생존자들의 목숨마저 기만하고 생체실험을 하기위해 지하 노숙자들을 이용한 국가기관의 비인간적 행위는 소위 기득권자들의 만행이라 할수있다. 그에 반해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10대의 그들은 살고자하는 인간본능에 광기어린 군상들을 보면서도 인간으로서 잊지말아야 할것들을 또는 사람다운 선택을 하자고 서로를 격려한다. 또한 '신야'라는 인물을 통해 완벽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대통령의 삐뚤어진 탐욕은 수많은 희생자들과 지하세계의 비극을 만들어낸다.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웠던건 주인공들의 숨은 조력자들의 등장이다. 연아의 SNS를 통해서 순간순간 달려있는 댓글들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들은 지하터널속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또는 엄마를 구출해가는 여정속에서, 어둡고 끝이없을것 같은 생존싸움에서 소중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미타쿠예 오야신. 다신 한 번 주문을 외웠다. 연아가 알려준 주문이다. 인디언들의 인사말이라고 했다. 보다 정확히는 토착 원주민들,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이곳 캐나다에서는 '첫 번째 민족(First Nation)' 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인사말로,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13p 프롤로그중) 3부작으로 기획된 소설의 첫번째 이야기인 지하세계에 관한 언더월드는 강한 흡입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아버린다. 한순간도 놓칠수 없는 긴장감으로 단숨에 마지막장까지 읽어내려가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다만 캐릭터들의 강렬한 개성과 뚜렷한 매력이 없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아쉬움은 어쩔수 없었지만, 유니언들과의 추격씬에서 주는 심장쫄깃함과 상상을 초월하는 미지의 세계인 언더월드의 모습은 다음 이야기인 2부에 펼쳐질 그들의 또다른 모험담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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