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에서 곧 큰 잔치를 여시는군요. 그 잔치에서 백작님은 초대된 손님 하나를 죽이게 될 겁니다.'(9p) 누군가에게 살인을 하게 될꺼라는 예언을 듣는다면 당신은 또는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아마도 무엇인가를 계획했다면 서둘러 취소할수도 있고 누군가를 만날 약속을 했다면 장소에 나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누구를 죽일지 모른다는 상상만으로 불안에 떨며 일상적인 생활리듬에 금이가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 점쟁이에게 자신의 살인예언를 듣게 되는 한남자가 충격에 빠져있다. 가문의 파산으로 플뤼비에성을 팔게 된 느빌백작은 어느날 숲속에서 떨고 있는 자신의 막내딸 세리외즈를 데리고 있던 점쟁이에게 곧 있을 가든 파티에서 초대된 손님들중 한사람을 자신이 죽일꺼라는 말을 듣게된다. 느빌백작은 점쟁이의 예언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면증으로 괴로워하다 결국 자신이 초대할 손님중 살인하기에 적당한 인물을 찾는다. 그런 느빌에게 열일곱 사춘기에 접어들며 정서적으로 불안한 막내딸 세리외즈가 자신을 죽여달라는 부탁을하는데...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귀족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기위해 영양실조로 치료조차받지 못하고 딸을 죽음으로 내몰던 느빌의 아버지 오카생을 원망하고 있지만 어느새 허울좋은 귀족들과의 가든파티를 호화롭게 치르는 느빌은 아버지를 닮아간다. 또한 그는 점쟁이의 예언을 거스리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인간의 나약함이 느껴지고, 아버지때부터 내려온 화려한 파티를 그대로 답습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니 예전 유교사상에 젖은 우리나라의 선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아버지처럼 이중적이지는 않았지만, 느빌은 자신이 파티에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재치 넘치는 대화, 섬세한 태도, 세련된 유머로 가장 까탈스러운 손님도 온순하게 만들 수 있는 존경받는 귀족 느빌 백작으로 변했다.'(51p) 어느새 읽다보면 느빌의 감정이 무엇을 슬퍼하는지 대상이 모호해진다. 딸에게 다가올 죽음인건지 사랑하는 플뤼비에성에서의 귀족으로써 화려한 가든 파티의 마지막인지.. 다소 당황스런 소재와 부녀간의 대화내용은 공감하기 쉽지 않았지만 이야기의 마지막 반전을 보면서 아멜리 노통브작가의 유머코드를 발견하게 된다. 물론 비극에서 희극으로 변하는 애매모호함만이 남게되었지만 무거울수 있는 소재를 한편의 동화처럼 경쾌하게 이야기를 써내려간 그녀의 필력은 세계적으로 애독자가 많은 천재적인 작가라는 호평들이 무색하지 않았던 시간들이었다.
느빌백작의 범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