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록. 책은 작가 J.D.밴스의 프롤로그부터 시작된다. 31세의 그는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의 핏줄인 백인 노동계층의 자손으로 힐빌리라고 부르는 가족들과 함께 그의 가난하고 불우했던 성장과정들속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과 그의 삶을 바꿔놓은 그의 조부모이자 멘토인 할보와 할모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게 그려져있다. 백인 노동계층의 미래가 가장 어두운곳 애팔래치아 지역에서 태어나 이혼한 부모, 마약중독인 엄마, 가난, 이혼과결혼을 반복하는 엄마덕에 여러번 주소지를 옮겨다녀야 했던 주인공의 어린시절은 깊은 구렁텅이에 빠진듯 헤어나오기 힘든 끔찍한 삶의연속이었다. 불안한 환경과 정서적 불안정속에서도 그를 지켜주고 인생의 멘토가 되어준 할보와 할모. 그들을 통해서 그는 위로와 보살핌을 받으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그의 고향에서 유일하게 대학을 갈수 있게된다. 미국에서 '힐빌리'란 시골뜨기나 촌사람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잭슨에 살고있는 할모의 가족 블랜턴가 힐빌리의 기질은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들로 아무런 제약없이 총기를 휘두르고 소리지르며 싸우는 폭력적인 모습과 타인으로 부터 가족의 모욕을 받으면 처절한 복수를 하기도 하고 의리와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며 자녀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그러나 손자를 사랑하는 할모와 할보의 사랑은 따뜻했고 그사랑으로 인해 어두운 그곳에서 미래를 알수없는 빈곤층의 삶을 살수밖에없는 손자를 오하이오주립대 를 거쳐 예일 로스쿨까지 졸업하며 성공의 길로 이끌어낼수 있었다. 미국의 제조업 붕괴로 기계공이나 육체적 노동자들같은 노동계층의 축이 무너지는 환경속에서 힐빌리들의 사회적 고립과 가난의 대물림을 보면서 과거 우리의 현실속 달동네가 생각이 났다. 가난과 더불어 희망조차 기대할수없는 무기력한 그들의 삶에서 가난뿐 아니라 무기력감 마저 대물림되고 있는 현실이 무척이나 닮아 있지 않은지.. 나역시 집안의 경제적 위기로 소위 중산층이란 가정속에서 안정된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했기에 주인공 J.D의 어린시절이 마음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그의 성공이 신분상승이란 쾌거가 너무 반가웠다. 불우한 환경속에서 그가 가진 생각들과 노력들을 생각하면 나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스스로의 삶을 바꾸려는 노력보단 이런 상황을 만들어준 부모님을 원망하고 내가 갖고 태어난 흙수저에만 탓을 하며 그 소중한 시간들을 흘려버린듯 해서... '능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능력은 당연히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노력 부족을 무능력이라고 착각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289p) 이책은 읽는 독자들의 환경에 따라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게 만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듯 하다. 나에겐 소설도 아닌 작가 자신의 회고록인 만큼 솔직담백한 그의 이야기에 나자신의 삶을 되돌아볼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스스로의 가치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었는지를 되묻는 시간들이었다.
힐빌리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