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억하는 할머니들의 삶은 남편과 자식의 뒷바라지, 가부장적인 사회속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살아왔던 모습이다.
우리 할머니만 봐도 늘상 자신이 고생한 이야기는 책 한권을 써도 모자랄 것이라 말씀을 종종하셨고 주변에서도 맞벌이 자식들의 손자나 손녀들의 육아를
도맡아 하시는 할머니들의 모습도 많이 볼수 있다.
그러나 [나의 할머니에게]의 6명의 작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할머니들의 모습만을 그려내진 않는다.
누군가의 아내로 또는 어머니가 아닌 때론 꿈많았던 소녀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한 여성으로의 삶을 작가들 각자의 시선과 감각을 담아 그려낸 소설이다.
6가지 이야기중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사고로 잃은 엄마의 부재를 대신해 키워주셨던 할머니와 먼 타국생활의 외로움을 채워줬던
브뤼니에씨의 달콤했던 시간들을 그린 백수린 작가의 [흑설탕 캔디],
노인들을 유닛이라는 등급으로 나뉘어 나라에서 만들어 놓은 기관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을 그린 손원평 작가의 [아리아드네 정원]이다.
누군가의 할머니가 아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여자어른으로 주못하지 못했던 한 여성으로의 이야기.
그리고 고령화 사회의 노인문제와 가족간의 갈등, 나이듦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들게 했던 이야기다.
생각과는 다르게 할머니에 대한 따뜻한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소설이라기 보단 세월의 흐름이 점차 빠르게 느껴지는 중년의 나이이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더욱 몰입했던 소설이었다.
가독성이 좋았던 단편들이지만 내게도 머지않아 현실의 모습이 될수도 있을 노년의 이야기라 가볍게만 읽혀지지 않았던 [나의 할머니에게].
분명 꼭 한번 읽어볼 가치가 충분했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