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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삶
마르타 바탈랴 지음, 김정아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평점 :

은행나무의 신간 [보이지 않는 삶]을 읽으며 이제는 70의 중반을 훌쩍 넘은 나이로 노년의 삶을 살고계시는 나의 엄마가 생각났다. 어린시절 여자라는 이유 한가지로 배울수 있는 기회가 저지당했던 엄마의 학력은 국졸이다. 겨우 한글만 깨우쳤노라며 자신이 하나밖에 없던 남동생보다 공부도 훨씬 잘했는데 중학교도 안보내줬다던 부모님을 원망하는 엄마의 모습이 책의 주인공 에우리지시와 겹쳐보였나보다. 소설은 사회속에서 또는 가정속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가부장제의 억입과 편견속에 자신의 삶을 살아간 두자매의 이야기다.
플루트 신동이었지만 더많은 배움을 원치않던 부모님의 반대로 그만두게 된 에우리지시. 결혼후 요리책을 만들고자했던 계획과 재봉틀로 타인의 옷을 만드는 자신의 꿈역시 남편의 반대로 실현하지 못하게된다. 은행에 다니는 남편덕에 경제적으로 안정되어있고 두아이의 엄마인 에우리지시는 다방면으로 뛰어나지만 번번히 저지당하고 공허함을 느끼며 무력감에 빠진다.
아름다운 미모로 사랑을 받던 에우리지시의 언니인 기다는 한남자와 사랑에 빠진후 연인과 가출후 함께 살게된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 견디지 못한 연인이 떠나버린후 그녀는 임신사실을 알게되고 힘든삶을 살고있다.

남편 앞에서는 그 모든 것이 의미를 잃고 말았다. 책을 출간하고, 라디오에 출연하고, 요리를 가르치는 모든 상상이 하룻밤의 꿈처럼 사라졌다. 보는 눈이 있는건 안테노르였다. 그의 안목은 출퇴근길 전차 안에서 보는 모든 것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 정도만으로도 에우리지시는 집의 네 벽과, 장바구니와, 쌀독의 쌀과, 자신을 끊임없이 불편하게 만드는 공허함 외에는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44p)
아름다운 외모로 타인의 주목과 질투를 받는 언니인 기다와 똑똑한 머리와 다재다능한 재주를 가진 동생 에우리지시. 그녀들의 이야기는 결코 낯설지 않다. 드라마나 영화, 소설까지 가부장제 사회속에서 억압당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종종 듣고 보고 읽고있다. 거기다 굴하지 않고 억압과 편견에 맞서 결국에는 자신의 삶을 살게되는 강한 여인들의 모습을 보며 때론 짜릿한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자인 마르타 바탈랴의 첫 장편소설인 [보이지 않는 삶]은 기존의 진부함이 없어 담백하면서 또 때론 재치넘치는 유머로 마냥 무겁게만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주고싶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