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하 식당의 밤
사다 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은하식당의 밤]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일드 [심야식당]입니다.
도쿄 번화가의 골목안에 자리잡은 심야식당. 늦은 밤에만 문을 여는 식당엔 마스터라고 불리는 식당주인과 단골손님들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죠. 정기적으로 시청한적은 없지만 소소한 재미에 가끔 지나치듯 보았던 드라마랍니다.
늦은밤 마스터를 중심으로 손님들의 다양한 사연을 이야기하는 소설 [은하식당의 밤]도 비슷한 구성이라 할수 있습니다.
요쓰기 일번가 한복판에 작은 술집이 하나 있습니다. 가게 이름은 '은하 식당'. 그렇습니다. '은하철도'가 아니라 '은하 식당'입니다. 더군다나 식당도 아닙니다. 카운터 석만 있는 선술집이라서.
이처럼 다소 장난스럽고 재미있는 이름을 붙인 자가 대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한 부근 상점주들이 쥔장의 솜씨도 가늠할 겸 삼삼오오 들렀다 가는 그대로 이 가게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단골이 되면 참으로 좋습니다. (8p)
은하식당에는 고상하고 품위까지 지녔지만 자신의 이야기는 절대하지않는 수수께끼의 마스터가 있습니다. 또 어머니라 불리는 여인이 만든 계절에 어울리는 수제요리가 편안한 술자리를 만들어 주죠. 이처럼 모든게 매력적인 가게인 은하식당에 밤마다 모여드는 단골들이 있답니다.
메밀국수집 '요시다암'의 5대째 사장 '테루'. 컴퓨터 관리 회사의 수리부서에 근무하는 '붐'. 가쓰시카 경찰서 소속 경찰관인 '헤로시'.
식당도 아닌 카운터석만 있는 이곳의 이름이 은하식당이란것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초등학교 친구인 세사람과 뒤이어 새로이 등장하는 단골들의 이야기에 귀가 쫑긋하게 되네요.
소설은 단골손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6편의 단편으로 구성하여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70년간 사랑하는 남자를 기다리던 할머니의 이야기인 <첫사랑 연인의 동반 자살>. 어릴적 아이들사이에서 마귀할멈이란 뜻인 '가리바'로 불렸던 시노할머니의 사연을 담은 <매달 배달되는 돈 봉투>.
<지독하게 운 없는 남자>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홀어머니와 함께 죽으려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는데요, 사랑하는 자식에게 자신이 짐이 되는것이 싫은 어머니의 마음과 힘들게 키워주신 홀어머니께 아무것도 못해주는 자식의 마음이 느껴져 읽을수록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은하식당의 단골이자 보험사직원인 게이코가 어린연인을 도와주었던 사연을 담은 <서투른 사랑>. 재즈 찻집 '마이 블루 허븐'의 2대째 주인인 가스오의 무섭지않은 괴담을 그린 <요괴 고양이 삐이>. 은하식당의 수수께끼 마스터의 사연을 담은 <첼로 켜는 술고래>까지 훈훈한 사연들로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수수께끼 마스터와 단골손님들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이야기의 맛과 맛깔스런 요리가 어우러진 사람냄새 물씬나는 [은하식당의 밤]. 코끝시린 겨울밤에 읽으면 더욱 좋을것 같은 소설입니다.

오늘의 메인 안주는 푹 삶은 삼겹살 장조림, 즉 '동파육'입니다. 이것을 직접 쩌낸 뜨거운 술만두 피에 끼워 먹으면 아주 일품입니다. 이른바 장조림 만두라는 놈이죠. 다만 이 만두는 개수에 한계가 있어서 ‘요시다암’의 테루가 나타날 무렵에는 이미 다 팔리고 없습니다. 그리고 ‘멸치 난반즈케(간장·식초·소금을 섞은 소스에 생선과 채소를 절인 일본 음식)’. 양파를 얇게 썰어 살짝 물에 담가두었다가 물기를 뺀 후 난반즈케 위에 뿌리고 특제 식초로 마무리합니다. 이 식초가 또 너무 달지도 맵지도 않고 간장의 풍미가 살아 있는 데다 은은한 생강과 유자 향까지 곁들여져 아주 그만이죠. (11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