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별이 내리는 밤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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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저마다 지니고 있는 힘이 있다한다. 누군가에게는 고단한 삶을 살아낼 비타민같은 에너지를 주는책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마르고 시린 삶에 온기를 주는 책도 있다. 작년 메이브 빈치의 소설인 [그 겨울의 일주일]을 읽었던때가 생각난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유난히 힘이 들었던 겨울. 그때 만난 그녀의 소설로 따뜻한 위로를 받았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격려와 위로가 담긴 이야기는 그녀의 생애 마지막작품인 동시에 독자인 내겐 선물 같은 소설이었다.

메이브 빈치의 또다른 소설 [비와 별이 내리는 밤]의 배경은 그리스의 작은 마을인 아기아안나다.
마노스의 여객선이 화재가 나던날 언덕위 안드레아스의 작은 음식점에 저마다 사연을 가진 네사람이 모이며 소설은 시작된다.
재혼한 전처가 키우는 사랑하는 아들 빌의 곁에 살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 미국인 토머스. 좋은직장을 버리고 잘나가는 연인을 떠나온 독일인 엘자.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를 받아들이기 힘든 영국인 데이비드. 부모님과 친구들 모두가 반대하는 연인과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떠나온 아일랜드인 피오나. 각자의 삶에서 도망치듯 여행중인 네사람의 발길을 붙잡은건 이 작은 항구마을에 찾아온 비극적인 사고다.
일면식도 없던 낯선 이들이 서로의 곁을 지킨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소중한 존재가 되어지는 과정이 내겐 낯설기만 하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낯을 가리는 성격탓에 누군가에게 내이야기를 한다는건 상상조차 하기힘든 일이기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서로를 통해 떠나온 고국에서의 불행했던 삶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또한 흥미로웠다.

 

 

 

(사진출처 - 문학동네)



'누구든 혼자 있어서는 안되는 밤이었다.'

아기아안나의 이야기속엔 여행자인 그들만이 있는것이 아니다. 자신과의 불화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떠나버린 타베르나의 주인이자 인자한 성품의 안드레아스, 그의 형이자 아기아안나의 경찰인 요르기스, 뜻하지않은 사고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마을사람들을 도와주며 여행자들의 고민에 조언을 해주는 보니. 이들역시 자신들이 품은 아픔을 꺼내어 여행자들과 함께 공감한다. 젊은 여행자들과 이제는 삶의 황혼을 바라보는 그들. 때론 부모의 마음으로 때론 자식의 마음으로 진심어린 조언을 하고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에서 작가의 따뜻함을 느끼게된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그 배에서 죽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생각해보았다. 자칫하면 그렇게 됐을 것이다. 그저 그가 투어를 하는 날로 이날 대신 다른 날을 골랐던 것뿐이었다. 삶은 그런 일상적인 선택에 의해 달라지고 파괴된다.(43p)

5년전 많은 사람을 태운 커다란 여객선 하나가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다.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많이 희생되었던터라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던 잊지못할 사건이었다.
메이브 빈치의 소설인 [비와 별이 내리는 밤]을 읽으며 그날의 사건이 기억나는건 비극적인 사건과 사고를 보며 소중한 가족과 지금의 삶을 되돌아 볼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삶이 아니어도 괜찮다란 생각이든다. 눈에 띄지않은 소소한 삶속에서도 소중한 가족과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과 시선하나 있다면. 그리고 등을 토닥이듯 다정한 이야기와 가끔은 눈물한방울 맺힌 감동한조각 담은 메이브빈치의 소설로 위로받는 하루가 된다면.
제목에서 풍기는 감성가득한 향기와 그리스의 작은 마을의 파란 하늘과 바다, 하얀 건물들이 그려진 표지조차 낭만적인 소설인 [비와 별이 내리는 밤]. 내게 마법같은 힘을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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