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꿈꿔본적이 있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는 있었다고 대답할것이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뚜렷한 이유도 없고 누구때문인지도 모를 그때의 자살에대한 터무니없는 계획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허무주의에 빠진 철없던 시절의 기억으로만 남아있던 두단어가 유난히 눈에 띄는 소설한권을 만났다. 행복한 자살이라는 엉뚱한 제목은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표지와 함께 어떤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소담에서 출간된 [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이어]는 애인도 없고 친구도 없는 고독한 40대독신녀인 실비의 이야기다. 투병중이던 아빠마저 돌아가시고 혼자남은 실비는 친한 친구인 베로니크의 권유로 심리치료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기 시작한다. 자신의 무의미한 삶을 크리스마스에 스스로 마감할 계획을 세우지만 심리치료사인 프랑크가 내준 숙제덕분에 평소의 자신이 해보지 못한 경험들을 하게 되는 실비. 그녀는 계획대로 크리스마스에 자살하게 될까? 무관심의 중심에 서 있는 나. 나처럼 평범하고 솔직한 사람은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여성인권단체 페멘(Femem)의 일원으로 모노프리에 가는 거라면 몰라도, 내게 포위망을 뚫고 나갈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거다. 나에게 부족한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링에 올라갈 준비가 된 복서처럼 나는 심호흡을 한다. 나는 이 내면의 싸움을 위한 정신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도둑이 아니라 그저 스스로의 한계를 알고 싶은 자살하려는 여자다. - 41p 진정한 '나'를 알기위한 시간속에서 자신에게 풍기는 고독의 냄새를 알게되고 실비는 자살하겠다는 마음을 한 노숙인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 접게된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과 해보지 못한 경험을 통해 조금씩 자신의 틀을 깨는 실비를 보며 조금씩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무엇보다 자신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놀라운 변화를 보이는 실비의 모습이 분명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듯하다. 이혼후 모든 의욕이 없어진 실비의 친구 베로니크처럼말이다. 삶은 소중하다. 언젠가 누구에게나 다가올 죽음이지만 살아있는 시간만큼은 나를 사랑하며 살아야한다. 거기서부터 행복은 시작되는것이 아닐까. 짧은 이야기지만 자살이라는 소재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이다. 소설 안에는 감동과 웃음, 따뜻함까지 담겨있어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해본다. 태양이 빛난다. 나는 하늘과 구름을 바라본다. 아름답다. 마음이 누그러진다. 더 자주 하늘을 봐야겠다. 가슴이 뭉클하고 행복에 젖은 나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간다. 한가로이 거닐면서 내 주위의 사람들을 쳐다보고 싶다. 파리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이 모든 살아 있는 사람들을. -16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