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 김혜빈 (고즈넉)

캐리어 ㅣ 케이스릴러
김혜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3월

국내작가의 미스터리 스릴러로 관심을 두고있던 '케이스릴러 시리즈'. 고즈넉에서 출간된 케이스릴러 몇권을 꽤 재밌게 읽었던지라 새로운 신간이 출간될때마다 눈여겨 보는 중이다.
부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여자와 캐리어에 담긴 아기의 도주극이란 책소개가 눈길을 잡는 케이스릴러의 또다른 신간 [캐리어].
어떤 사연을 가진 여자이길래 짐을 넣은 캐리어에 살아있는 아기를 담아 도망을 치려하는지.
기대치가 높은 탓일까? 기대반 걱정반으로 읽기시작하자마자 쉬지 않고 내달린듯 하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이선. 병원장의 아들이자 의사인 남편이 직접 집도한 수술에 자신의 엄마가 죽은뒤 그녀에게 의문의 서류 한장이 도착한다.
죽은 엄마가 몇년간 받아왔던 발신인 불명의 건강검진결과지. 엄마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었다!! 사고를 가장한 죽음뒤엔 어떤 진실이 숨겨져있는것일까? 자신도 죽을꺼란 불길한 예감에 이선은 이제 막 돌을 앞둔 어린 아들 준과 함께 도주를 준비하던중 아들이 사라지고 만다. 

그는 사흘간 집을 비울 것이고, 나는 반드시 그 안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차질없이 집을 빠져나와 그가 숨겨둔 돈을 캐리어에 가득 채워 넣은 뒤, 아이와 함께 한국을 떠날 생각이었다. 예행연습 없이 떠났다간 금세 꼬리가 잡힐지도 몰랐다. 남편은 천성적이다 싶을 만큼 머리가 좋았다.몇 번의 연습을 거듭한 지금 역시 그를 속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18p

소설을 읽는내내 가슴을 졸이며 읽은 듯 하다.
사라진 아들을 찾으려는 주인공 이선의 애타는 감정과 남편이 돌아오기 전까지 계획대로 떠나야 한다는 공포심, 홀로 자신과 아들을 지켜야하는 불안감이 생생하게 느껴졌기때문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시종일관 남편에게 주목했던 시선이 한순간 다른이들에게 바뀌게 되는 반전이라 할수있다. 남편과 시아버지로 부터 시작되었던 공포가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자꾸 생기면서 주인공 이선의 변화되는 모습도 주목할만하다. 

나는 그 질문의 대답을 알았다. 사실 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알고 있었다.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고 준이를 향한 위협 역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준이를 내 앞에서 데려갔다. 나는 바닷가를 헤매던 때를 떠올렸다. 내가 법 한 번 어기지 않던 시절에도 준이를 찾아주지 못했는데, 전과가 생긴 여자의 아이를 경찰들이 기꺼이 찾아주려고 할까? -223p

소설속 모든 죽음을 비롯한 비극적인 사건들은 오직 '탐욕'이라는 것에서 시작된다. 차기 병원장이자 이선의 남편이 숨겨둔 100억원의 비자금에 눈이 멀어 서로를 배신하고 죽이는 사람들. 저마다의 사연들을 가진 그들이었지만 결국 스스로 파멸하게 된다. 소설의 결말을 읽으며 주인공인 이선 역시 최선의 선택을 했던것일까란 생각이 들었던건 나또한 모성이란 감정을 가진 이로 안타까운 마음때문이다.
고즈넉에서 출간된 김혜빈의 [캐리어]는 미스터리 스릴러다운 가독성과 빠른전개가 아주 좋은 소설이다. 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대했던만큼 만족스러웠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