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란 이름은 박인환님의 목마와 숙녀라는 시에서 처음 알게되었다. 책의 도입부에 담은 저자의 글에도 그랬듯 아마 많은분들이 나같은 경우가 아닐까싶다. 문학적 소양과 깊이가 부족한 탓에 나는 아직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을 선뜻 읽겠다고 맘을 먹게된건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한다는 박인환님의 시의 한구절 때문이었다.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된 이택광작가의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은 버지니아 울프라는 한 여성작가의 삶과 열네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는 열네편의 소설과 또는 에세이속에 담긴 주요 문장과 글을 쓰게 된 배경과 당시 사회문제, 울프의 삶과 사상을 이야기하며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어린시절 역사가이자 편집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책을 읽던 그는 당시 영국의 상류사회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던 여성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읽고 쓰기에 몰두했던 것은 살기위함이고 고통속에 굴복하지 않기 위함이라 저자는 말한다. 어린시절 의붓 오빠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규교육을 거부당하는 부당한 차별이 여성으로서의 자각과 동시에 독학으로 지식을 쌓는 계기가 되지않았을까 싶다. 그런 그가 어머니가 죽은뒤 우울증과 정실질환에 시달리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한 선택은 안타깝기만하다. 사실 책을 다 읽은후에도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잘 읽어낼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을 읽으며 작가이자 비평가, 시대의 질문에 사력을 다해 답한 사상가이자 글쓰기 이외에 삶의 다른 가치를 찾아내지 못한 생활인. 응접실에 인쇄기를 설치하고 자기가 책을 찍어낸 독립 출판인이라는 또다른 모습들을 알게되면서 이해의 지평이 조금은 넓어지진 않을까란 기대감이 생긴다. 선구적 페미니스트로 현재까지 문학의 귀감이 되고있으며 글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것에 주저하지 않았던 울프의 작품세계에 도전하게 만드는 책이다. 울프는 대중이 문학작품을 읽음으로써 수준 높은 독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렇게 성장한 대중의 존재가 민주 사회를 만드는 관건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는 당대 문제에 대한 자신만의 이론을 가지고 있는 보기 드문 지식인 작가였다. 울프를 소설가로 한정해서 영문학 연구의 대상으로 삼기에 그의 업적은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 -5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