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씨의 더블린 산책은 영화평론가로 알려진 황영미작가의 단편집을 모아놓은 책이다. 작가가 92년 등단후 26년간 써내려간 8편의 단편들을 모아 만든 첫 단편집이다. 제목에서 부터 문학적인 향기가 물씬 나는 소설들은 인간의 고뇌와 갈등, 문학과 예술에 대한 열망이 그려졌다. 단편들속의 인물들은 모두 갈등으로 인해 매우 힘든상태라 할수 있다. 첫번째 단편인 92년 문학사상에 단편소설로 등단한 [모래바람]은 의료사고로 인한 의사와 가족간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시종일관 편지인듯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듯 의사의 시선으로 써내려간 소설은 모래바람이라는 매개를 통해 의료사고로 인한 고뇌를 이야기한다. 도박에 빠진 남편과 권위적인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삶이 힘든 여자의 이야기인 [바다로 가는 막차]. 답답한 마음에 그녀는 바다로 떠나게 되고,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과 종착역인 바다를 마주하며 조금씩 위로받는다. 통일문학작품 단편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강이 없는 들녁]은 북한출신으로 땅에 집착하는 시아버지와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덕만과의 갈등을 그린작품이다. 조각가이자 며느리인 주인공이 중재를 해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않고 갈등으로 인한 영감으로 유난히 완성하기 어려웠던 작품에 몰입하게된다.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를 상상하고 패러디해 속편을 만든 표제작 [구보씨의 더블린 산책]. 작가로도 성공하지 못하고 뚜렷한 직업조차 없는 구보씨가 일본유학 시절 만난 친구 아일랜드인 던스터의 초대를 받아 더블린으로 떠나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의 장소인 더블린을 산책하며 새로운 작품을 구상한다. 책을 읽는 독자로써 처음 만나는 작가의 소설에는 다양한 감정이 생긴다.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궁금함과 설레임, 기대감에 손끝이 바빠지곤 한다. 처음 만난 황영미 작가의 8편의 단편속엔 시끄럽지 않고 절제된 고뇌들이 담겨있어 더욱 집중하며 읽을수 있어 좋았다. 오랜시간 써왔던 작품들이다보니 다양한 주제와 갈등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까지 담겨있는 [구보씨의 더블린 산책]. 오래 끓여 진하디 진한 육수같은 단편들이었다. 덕만인 포기 안 할 게야. 내가 그 심정을 알디. 아가, 땅이란 거이 참 묘한 힘이 있어. 내레 고향을 버리고 올 적에 내 인생도 버린 것 같은 기런 기분이었디. 무덤에 들어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내가 그까짓 땅 한 뙈기 못 가진다고 맘 아파하는 게 우습지 않네? 내레 그 땅 불하받으믄 덕만이 살만큼은 떼어줄 생각이었는데, 갸가 상소를 하다니, 참, 탕을 황금으로 보기 시작하면 땅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디.(12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