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2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이름은 책을 잘읽지 않는 지인들도 들어봄직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 알려져있다. 그의 많은 다작중 추리소설을 몇편 읽어보긴 했으나 에세이집은 처음 읽어보게 되었다.
'무한도전'이라는 에세이집을 읽으며 알게된 사실 하나는 작가가 스노보드 마니아라는 것. 불혹의 나이인 중년의 그가 우연히 시작한 눈위를 달리는 스포츠에 푹빠져 써내려간 에세이와 3편의 단편들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이란 책속에 담겨있다. 마감을 미루면서까지 편집자 지인들과 일본 스키장을 찾아다니는 중년의 늦깍이 스노보드 입문자의 도전기가 유쾌하게 그려진다.

아저씨는 스노보더, 분투 중

소설의 대부분은 스노보드에 대한 이야기다.
온몸의 뼈마디가 죄다 쑤셔도 하루가 멀다하고 스키장에 다니고 3월로 들어서면서 날씨가 안좋아 눈이 남아있는 스키장을 찾아 헤매는 의욕넘치는 아저씨 스노보더. '자우스'라는 실내 스키장의  폐쇄소식에 아쉬워 하고 눈부족 사태로 인공눈을 제공하는 곳, 초원과 눈밭이 공존하는 곳을 다니게 되고, 컬링을 하다 다치는 사고등 다양한 이야기와 출판사 관계자들과 다른 작가들의 에피소드까지 
마감을 재촉하는 편집자의 전화를 뒤로 하고 하얀 눈밭을 내달리는 신이 난 어린아이같은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작가의 이면을 본듯하다.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들은 더욱 흥미롭게 읽게되지 않을까?

설산시리즈의 시초라 할수 있는 3편의 단편들.

설산시리즈 4번째 작품인 <연애의 행방>이 출간되었을때 추리소설가로 워낙 유명하신 작가라 그의 연애소설은 뜻밖의 소식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이야기가 스키장을 배경으로 펼쳐진 소설이 작가가 우연찮게 시작하게된 스노보드 덕분에 탄생되었다고 하니 작가가 겨울스포츠의 매력에 단단히 빠져있었던 모양이다. 설산시리즈의 시초라 할수 있는 이번 에세이속에 담긴 3편의 단편들. 
스키장에서 만난 인연들과 사랑, 불륜과 추리까지 짧지만 유쾌하게 그려지고 에세이의 연장선인듯 소설에 등장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습에 또다른 재미를 준다. 

요즘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감성을 자극하거나 힐링을 주는 에세이들과는 다른 책일수 있다.
얼핏 작가의 속마음을 그대로 들려주는 일기같기도 하고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진들과 일상들이 담긴 사진까지 수록되어 색다른 작가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40대의 중년, 무엇을 배워도 쉽지 않고 뒤돌아서면 까먹는 나이, 마음은 청춘이지만 몸이 안따라준다는 불혹의 나이. 사십대의 나는 어떤 도전을 할 수 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을 읽다보면 조금 더 향상된 나자신을 즐겁게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를 스노보드에 이토록 빠져들게 한 것은 '향상'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말하건대, 나는 아저씨다.  사십대 후반이면 옴치고 뛰어볼 수도 없이 중년 아저씨다. 그런 아저씨가 되고 보니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배우고 향상시킬 기회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다.
오히려 예전에는 할 수 있었던 것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이라도 '어제는 못한 것을 오늘은 해냈다'라는 게 기뻐서 견딜 수가 없다. 스노보드는 그 아주 작은 향상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스포츠다. 특히 초보자는 탈 때마다 반드시 조금씩이라도 향상된다.
자신의 과제를 자각하고 다음에는 그것을 극복해보려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24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