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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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 작가시리즈인 이책을 읽기전 김중혁작가와의 온전한 만남을 가진 적은 없었다.
언젠가 독서모임을 통해 여러작가와 시인들이 노동의 풍경과 삶의 향기를 담은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라는 에세이를 통해 그의 짤막한 글을 읽었을뿐. 그때 읽은 그의 글에 대한 기억은 어릴적 빵차에 얽힌 자전적 이야기로 담백하게 쓰여진 글로만 남아 책속 많은 작가의 글중 그닥 인상깊게 남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그의 작품은 가독성은 물론이며 국내에선 스탠드 코미디라는 생소한 소재와 우주라는 흥미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우주라는 공간과 스탠딩 코메디를 소재로 작가가 생각하는 농담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 어머니의 아들로 아버지가 다른 두 남자.
형인 이일영이란 인물은 우주선에 오르기위해 긴시간 준비한 우주비행사다. 우주정거장에서 암모니아 가스유출사고 수리중 작은 폭발로 본체에서 떨어져나가 실종되어있는 상태다.
빛도 없고, 소리도 없는 완벽한 어둠속에서 그가 떠올리는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어설픈 농담들이 독백처럼 우주를 떠돈다.

투명한 푸른색 공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멀미는 멈춘 것 같다. 밖으로 나갈 시간을 계속 미루고 있다. X-40이 그나마 나를 지켜 주고 있다. 온전히 혼자 우주 속에 남겨지면 무척 외로울 것 같다. 동료들의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다면 힘을 낼수 있을 텐데...
아마 유머 감각을 발휘해 보라고 하겠지. 지금은 그럴 힘이 없다. 메시지의 전송 버튼을 누를 힘만 간신히 남아 있다. 기내 산소량은 12퍼센트 남았다.(90p)

낮에는 컴퓨터 수리공에 밤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는 송우영. 
어머니가 돌아가신뒤 유품으로 남겨져있던 편지더미로 인해 일영의 남겨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소설은 대게 송우영이 화자로 흘러간다. 부치지 못한 편지. 받을수 없는 이를 향해 쏘아 올린 편지. 그는 어머니와 그의 이부형제인 일영의 이야기를 무대위에서 농담처럼 던지지만 그속엔 심오한 철학적 의미도 어머니와 이부형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소설은 슬픈 이야기다. 하지만 작가는 우주에서 표류하는 일영과 무대에선 우영의 농담을 통해 슬픔을 유머로 위로한다.
농담속에 살고싶다던 소설의 화자이자 스탠드업 코미디언 송우영과 소설속 문자와 문장과 문단사이에 살고싶다던 김중혁작가.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나는 어느곳에서 숨쉬고 살고 싶은지 궁금해진다.
그가 던진 유머가 유쾌하지않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라 아쉬웠지만 따뜻한 소설이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클 때는, 떠나온 곳이 몹시 그리울 때는, 돌아가는 길이 멀게 느껴진다. 돌아갈 곳이 있는 자의 슬픔이다. 송우영은 그런 슬픔이 어떤종류의 슬픔일지 궁금했다. 돌아갈 곳이 없는 자의 슬픔은 이제 잘 알게 됐다. 더 이상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슬픔과 함께 알게 됐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시간으로는 이제 돌아 갈 수 없고, 어머니의 부재는 그 시간을 통째로 뒤덮을 것이다.(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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