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중국소설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많은 편이다. 몇몇의 중국소설들을 의외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때문이다.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소개글 부터 범상치 않았던 [동트기 힘든 긴 밤]. 읽을수록 묵직한 내용과는 달리 산만하지 않으며 깔끔한 문장과 탄탄한 스토리에 홀려 밤을 꼬박 새버리게 만든 소설이다. 중국의 미스터리 소설작가 쯔진천작가는 중국 추리소설계 3대 인기작가로 손꼽힌다. [동트기 힘든 긴 밤]은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추리의 왕'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 한다. 소설은 첫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준다. 지하철역 공공장소에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고 검색대를 지나던 한 남자. 행색이 초라한 그는 가방에 폭탄이 들어있다며 한바탕 소란을 피우다 결국 많은 사람들앞에서 경찰에게 체포된다. 폭탄이 들어있다는 그의 말과는 다르게 가방안에는 나체의 시체 한구가 발견되면서 한남자의 처절했던 삶이 수면위에 떠오르게 된다. 장차오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용의자다. 장시에서 꽤 유명한 변호사인 그가 살인을 인정하고 재판을 받던중 진술을 번복하면서 한때 검찰관이었던 장양이란 또다른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앞날이 창창했던 젊은 인재인 장양이 가방안의 시체로 발견될때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전직 경찰출신인 교수 옌량과 특별조사팀 팀장인 자오톄민의 행보를 따라가다보면 거대한 권력앞에 희생된 약자들의 모습을 볼수 있다. 어린소녀들의 성폭행사건을 밝히려던 대학생 허우구이핑, 진실규명을 위해 오랜시간 싸웠던 장양, 또한 거짓앞에 침묵하지 못했던 조력자와 같은 경찰 주웨이와 법의관 천밍장까지. 소설은 이들을 통해 정부의 거물급 부패 관료를 꼬집으며 중국 사회의 현실을 과감히 담아냈다. 사람들은 자기가 처음 신호를 위반한 순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처음이 있었기에 그다음이 존재하는 것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경찰과 적자지심을 잃지 않던 검찰관은 결국 바닥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381p) 자신들의 추악한 범죄가 들어날까 살인을 반복하는 그들앞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던진 장양의 모습이 안타깝다. 무엇이 한남자의 인생을 이토록 비극으로 만들었는지, 어린소녀들의 삶을 유린하는 어른들의 추악함과 돈과 권력앞에 증거조작과 인멸까지 행하는 경찰과 사법기관의 모습들. 책을 읽으며 수수께끼같은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수록 명쾌해질것 같았지만 씁쓸하기만 하다. 오랜만에 별다섯개를 주기에 부족함없는 소설을 만났다.쯔진천작가의 또다른 작품들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