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깡이 특서 청소년문학 5
한정기 지음 / 특별한서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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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발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아마 나는 소설속 젖먹이 막내동생인 동우와 비슷한 나이가 아니었을까싶다. 부산 바닷가가 배경인 소설과는 다르게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지역과는 상관없이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었다. 많은 식구가 단칸방에서 먹고자고 아침마다 골목에선 '새벽종이 울렸네'라고 시작되는 새마을 노래를 들으며 고난한 하루를 시작하던 그때 그시간속엔 하루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정기작가의 [깡깡이]는 청소년소설이라지만 지금의 세대가 아닌 어른들의 향수가 가득 담긴 70년대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소설이다.
흘러간 시간 속의 사람들과 잊혀져가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책소개가 왜그리 반갑고 그리운지. 읽을수록 그리운 시간들때문인지 가난에 힘든 삶을 사는 어린 정은의 모습때문인지 마음이 울렁거리며 읽은 듯 하다.

맏딸은 살림밑천이라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가진 정은. 다섯남매를 두고 집을 나간 아빠대신 깡깡이일을 하며 먹여살리고 있는 엄마. 정은 그런 엄마를 도우기 위해 중학교진학조차 하지 않고 집안일과 동생들을 돌본다. 
소설은 가난한 집안의 큰딸 정은이 화자가 되어 소소하지만 또 아픈 기억들과 따뜻했던 이웃들의 이야기까지 소설은 추억을 그려내고 있다.
정은의 엄마가 일하고 있는 '깡깡이'이란 끝이 납작한 망치로 쇠를 두드려 배에 붙어있는 녹을 떨어내고 쇠솔로 문질러 남은 녹을 깨끗이 털어내는 일을 말한다. 부산 바닷가가 조선소가 있는 배경이어서 그런지 소설속 인물들의 사투리 대화가 구수하게 느껴지면서 또 가난한 삶을 떨어내듯 울려퍼지는 망치소리와 매캐한 쇳가루 냄새가득 퍼지는 듯 하다.

맏딸이라는 책임감에서 벗어나자 엄마도 동생들도 비로소 한사람의 인격체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이니깐 무조건 이해하고 사랑해야 된다는 생각은 사람의 운신 폭을 얼마나 좁게 만드는지. 내가 자유로우니 동생과 엄마도 자무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것은 엄마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173p)

세월이 지나 중년이 된 정은. 아들에게 집착하던 엄마가 치매로 요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그런 엄마를 돌보면서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오랜시간 맏딸로 억눌린 삶을 살았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책을 읽으며 작가의 추억들이 녹아든 소설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가난했지만 불행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는 중년의 정은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역시 그런듯하다. 무엇하나 풍요롭지 못했던 시간들이었지만 지금의 아이들보다 재밌는 추억도 많았고 친구들과도 맘껏 뛰놀던 시간들. 옆집에 누가사는지도 모르는 지금의 아파트보다 골목마다 온동네 비밀이 없었던 그때가 조금 더 정감가는 삶이 아니었는지. 오랜만에 향수가득 느낄수 있는 책을 읽어서 그런지 잊혀졌던 친구들과 학교가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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