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지만 수필이 주는 감성을 느낄수 있는 책들이 있다. 책속 글을 인용하자면 한문장 한문장 읽을때마다 가슴에 스며드는 그런 기분좋은 느낌. 자유로우면서도 담백한 감성으로 다가온 소설한권을 만난듯 하다. 다산책방에서 출간된 [같이 걸어도 나 혼자]는 데라치 하루나라는 회사원과 주부 생활을 병행하면서 글을 쓰는 40대 여성작가의 소설이다. 표지나 제목조차 눈에 띄지않는 소소함과 무엇하나 특별할것 없는 이야기가 담긴 이 소설이 왜이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슬퍼서도 아니고 우울한것도 아닌 담백하다 못해 건조하게 느껴지는 문장들이 문득 40을 훌쩍 넘은 내이야기같이 느껴졌기 때문일테다. 소설은 39세 유미코와 41세 카에데의 이야기로 별거중인 유미코의 남편을 찾아 떠난 두여자의 여정을 담았다. 자신과는 달리 재혼인 남편에게 전처의 딸이 전화를 하면서 벌어졌던 관계가 아이를 유산하면서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유미코. 시어머니인 미츠에의 권유로 별거를 선택하지만 자신에게 짊어진 무게가 버거워 도망가버린 남편 히로키를 혼내줄겸 휴식을 위해 섬으로 떠나게 된다. 그녀와 함께 떠나게 되는 카에데는 좋아하는 남자를 떠나보내고 스토커까지 괴롭히는 시간들이 힘들기만 하다. 무엇보다 쉼이 필요했던 그녀에게 유미코와 함께 하는 여행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다. 모두에게 제멋대로라고 욕을 먹어도 나는 딱히 상처를 받지 않았다. 제멋대로인 게 무슨 잘못인가 싶다. 나는 아침 연속극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 아니니까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도 없고, 내 인생은 아무리 길어도 이제 절반밖에 안 남았는데 '남들이 나를 제멋대로에 참을성도 없는 사람이라고 보는 게 싫어'라며 고상이나 떨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25p) 히로키와의 결혼생활속에서 느끼는 유미코의 감정에 공감될때가 많았다. 힘들때마다 자신의 감정을 쏟아냈던 남편이 유미코의 남편인 히로키의 모습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서로 맞춰가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이해하려 했지만 나역시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줄때마다 힘이들었기에 쉽지않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성격부터 외모까지 다른 두여자. 이젠 각자 혼자인 독립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나이는 중년에 들어선다. 나이를 먹더라도 원하는 것을 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그들의 삶에 혼자던 둘이던 무슨 상관이랴. 쓸쓸한 바다를 바라보는 두여인의 모습이 나인것 같고 함께 나이먹어가는 나의 친구들 같다. 오랜만에 주파수가 통한 소설을 만나 가슴이 몽글몽글 해지는 시간이었다. 외톨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부부든 친구든 같이 있다고 '둘'이라는 새로운 무언가가 되지 않는다. 그저 외톨이와 외톨이일 뿐이다.(25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