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톰 행크스 지음, 부희령 옮김 / 책세상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소설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80년대 고등학교 시절 자격증이 최고의 훈장처럼 생각하던 엄마의 성화로 타자자격증을 따기위해 학원을 다닌적이 있었다. 클래식한 타자기는 아니지만 여러대의 수동식 타자기가 내는 소리는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손이 느린 탓에 쉽게 자격증을 땄던 친구들과는 다르게 나는 결국 자격증을 갖지 못했었지만 타악기같은 리듬감을 내는듯 종이위에 부딪치는 그 소리를 무척 좋아했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타자기의 이야기만으로도 예전 추억을 기분좋게 떠올릴수 있었다.

타자기라는 제목과 톰 행크스라는 배우의 이름만으로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했다.
언젠가 케이블 방송에서 헐리우드스타들의 반전취미를 소개하는 프로를 본적이 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타자기를 수집하는 톰 행크스를 소개한적이 있는데 그런 그가 타자기를 소재로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배우가 아닌 작가로써 만난 톰 행크스는 어떨지 궁금했다.

소설속에는 17가지 다른 모습의 이야기들과 타자기들이 등장한다. 
부모에게 받은 유산으로 한량처럼 지내던 남자가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사는 여자친구를 만나 3주만에 헤어지는 이야기에는 해먼드 전동타자기의 모습이, 2차대전 독일군과 싸우던 참전용사의 이야기속엔 이동식 레밍턴 타자기가, 19번째 생일을 맞아 파도타기를 하러 갔다가 사고와 아빠의 불륜을 알게되는 이야기에선 올리베티 - 언더우드 타자기의 모습이,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뉴욕으로 온 애리조나의 아가씨 이야기속엔 로열타자기의 모습등 
하지만 엑스트라로 잠깐 출연하는 배우처럼 소설은 타자기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아니다. 
단편으로 이루어진 그의 소설은 때로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간간히 위트넘치는 문장들로 살포시 웃음짓게 하며 다양한 공간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낸다.

미국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잔소리가 나를 과거로의 시간여행에서 현재로 돌아오게 했다. 아내가 부엌으로 들어오면서, 나에게 타자기를 치우고 저녁 식탁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손자들이 오는 중이었고 '직접 만들어 먹는 타코의 밤'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곧 혼잡해질 것이다. 언더우드 타자기는 꿈속을 여행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가졌으므로, 나는 서둘러 그것을 케이스에 집어넣어 서재의 책장위로 옮겨놓았다. 밤이 되면 타자기는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날 것이다(296p)

30년동안 꾸준히 써온 조각들을 모아놓은 톰 행크스의 책에는 특별한 맛이 난다. 배우로서의 다양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을 상상이라는 양념과 버무려 17가지 맛있는 요리를 만들내 아날로그라는 감성을 뿌려 풍미를 더한 느낌이랄까?
그가 출연한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속 유명한 대사중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라는 말이 있다. 초콜릿 상자속에서 무엇을 고를지 모르는게 인생이라는데 배우에 이어 두번째로 선택한 작가라는 삶을 고른 톰 행크스. 그와 긴 호흡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장편소설도 빨리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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