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엔 공포와 스릴러가 최고다란 생각에 몇권을 연달아 읽고있는중이다. 그러다보니 사건의 흐름이 어디로 흘러갈지 범행동기까지 꿰뚫어 보는 프로파일러 흉내정도는 내지 않을까 싶었지만 요즘 소설 쉽지않다. 읽기 시작하고 감이 오는 인물에게 꽂혀서 이사람이 범인이겠지라고 단정해보지만 뜻하지않은 인물의 등장에 뒷통수 한대 제대로 맞는 요즘이다. 그래선지 스릴러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소설들마다 기가막힌 반전들을 주는 바람에 무더운 여름 서늘한 독서를 즐기는 중이다. 다산에서 출간된 [초크맨]도 그렇다. 초크맨이라는 제목과 어울릴만한 인물을 소설초반부터 의뭉스럽게 등장시켜 범인이라고 나도 모르게 단정짓고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진행중일때도 크고 작은 사건의 배경과 중심에 항상 등장시켜 다른 인물에게는 눈을 돌릴수가 없었다. 어렸을적 담벼락에 분필로 낙서를 하며 놀았던 것 같다. 졸라맨처럼 막대로만 이루어진 사람그림을 주로 그렸기에 초크맨의 표지속 그림은 낯설지가 않고 친근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귀여운 표지와는 다르게 소설은 작은마을에서 머리없는 토막난 소녀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1986년과 2016년.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주인공 에디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1986년 열두살 에디와 친구들과 함께 간 마을축제에서 댄싱휠이라는 놀이기구가 무너져 한 소녀가 다치는 사고를 목격한다. 피를 흘리며 크게 다친 소녀앞에 당황해 하는 에디에게 새로 부임한 교사 헬로런이 나타나 그와 함께 소녀의 생명을 구하게 된다. 선천성 색소 결핍증이라는 일명 백색인간이라 불리는 헬로런은 축제에서 다친 소녀인 일라이져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그녀가 토막난 시체로 발견되면서 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자신의 욕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그의 자살로 일라이저의 살인사건은 헬로런이 범인이 되버린채 결론 내려진다. 그러나 2016년 연락조차 없던 친구 미키의 방문과 초크맨의 표식이 담긴 편지한통이 배달되면서 30년전 사건은 다시 시작된다. 예단하지 말 것.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예단을 하는 이유는 그게 좀 더 쉽고 게으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떠올리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일들에 대해 너무 열심히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375p) 이 소설속엔 몇건의 살인과 폭력이 일어나고 범인역시 한사람이 아니다. 저마다 뜻하지않게 또는 오해로 인해 돌이킬수 없는 사건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사소한 오해로 몰래 콜라에 술을 타 버린탓에 누군가는 장애인이 되어버리고, 또 술김에 진실을 말한탓에 폭력을 일으켜 누군가를 요양원에 평생을 살게 만든다. 또 누군가가 숨긴 자전거때문에 자전거 주인이 물에 빠져 죽게되고 선의로 행동한 일때문에 살인자로 낙인이 찍힌채 삶을 마감한 이도 있다. 사건을 쫓아 언제나 나타나는 분필로 그린 초크맨은 서늘한 공포와 사건을 미스터리하게 만들어 주어 초크맨을 연상시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 반전도 재밌지만 에디를 포함한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5명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이야기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라 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