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걸 비포
JP 덜레이니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완벽하고 아름다운 집이 주는 숨막히는 공포감을 그린 소설 [더 걸 비포].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며 한여자의 죽음과 위험한듯 매혹적인 건축가이자 집주인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눈을 뗄수없게 만든다.
안락함과 따뜻함을 주는 집이라는 공간이 한순간 안전함을 거부하고 위협이 되는 존재가 된다면 그것만큼 공포스런 것이 있을까? 소설속 집은 철저한 보안과 샤워하는 물의 온도까지 자동으로 조절되며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인테리어를 자랑하지만 이곳엔 사람의 온기가 오래 머물지 못한다. 거기다 지나치게 완벽한 집과는 다른,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삶을 살길 바라는 불완전한 사람들과의 기거가 서늘한 긴장감마저 감돌게 한다.

주인공 제인은 적은 예산으로 집을 구해보지만 생각보다 쉽지않다. 그런 그녀에게 행운처럼 만나게 된 집인 '원 폴 게이트 스트리트'는 미니멀한 세련미를 갖춘 아름다운 집이다. 하지만 각종 200여개의 금지조항과 정리정돈부터 생활방식까지 관여하는 까다로운 임대계약 조건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승인하는 마지막 조항은 정해진 룰도 규칙도 없이 오로지 면접을 통해 이루어진다. 태어나자마 아이를 잃은 아픔을 가진 제인은 고통스런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삶을 살기위해 임대 신청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통해 아름다운집에 살게되는데, 사이먼이란 남자와의 만남으로 전에 살던 세입자 '에마'라는 여자의 죽음을 알게된다. 건축가이자 잘생긴 집주인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진 제인. 강박증이 심하고 비밀투성인 그와의 연애가 달콤하면서도 두려운 그녀는 불안감과 호기심에 자기와 비슷한 외모인 에마의 죽음을 파헤친다. 과연 제인이 마주할 진실은 무엇일지.

오로지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속에서 한남자를 사이에 둔 과거의 에마와 현재의 제인의 불안한 심리는 묘한 긴장감을 불러낸다.
사랑뿐 아니라 삶까지 통제받고 싶은 피학적성향자 에마는 거짓으로 상황을 모면하며 진실한 사랑에 안주할수 없는 여자다. 
아내와 아이를 잃고 죄책감과 자기증오로 편집증이나 다름없는 극도의 완벽주의자가 되어버린 에드워드. 사산된 아이를 낳은 충격과 상실감으로 안타까운 모성애만 남은 제인과 돌려받지 못한 사랑때문에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는 사이먼까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그들의 만남은 예견된 비극이 아닐런지. 
소설초반부터 한곳에 머물렀던 시선탓인지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점점 긴박해져 가는 상황은 스릴러 소설의 묘미를 한껏 보여준다. 영화까지 제작될 예정이라 하니 스크린 가득 탄탄한 스토리와 인물들의 내면연기를 어떻게 표현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올여름 제일 재밌게 읽은 심리스릴러 소설인듯 싶다. 

마침내 우리가 각자의 과거가 남긴 잡동사니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의 소지품이 아니라 머릿속에 넣어두고 다니는 것들 말이에요. 이 사실을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에 살면서 깨닫게 되었어요. 성에 찰 때까지 주변을 반들반들 광을 내고 텅 비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내면이 잡동사니로 뒤죽박죽이라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사실 우리는 그걸 찾고 있는게 아닐까요? 우리 머릿속의 난장판을 보살펴줄 사람 말이에요. (4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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