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애환이 담긴 아리랑이란 노래를 어릴때부터 자주 듣고 자랐다. 특히 외국에 살고있는 교포들의 눈물을 흘리며 함께 부르는 모습이 방송에서 곧잘 보이곤 했었다. 아리랑이란 노랫속엔 연인과의 이별에 대한 아픔도 고단한 삶의 희로애락과 민족간의 전쟁과 외세침략에 맞선 민중의 정신이 담겨져 있어 세계 여러곳에 흩어져 살고 있던 한국인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인의 심금을 울려주는 아리랑이란 노래처럼 한여자의 애환이 담긴 삶이 부르는 노래를 그린 소설 한권을 만나게 됐다. 지식과감성에서 출간된 백훈작가의 [영자 에이코 제인의 아리랑]은 6.25라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주영자'라는 한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이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사계절로 장을 나누어 펼쳐진다. 한국인이었던 영자라는 한소녀가 에이코라는 이름과 제인이란 이름으로 살게 된 사연들이나 또 그녀가 수용소생활과 미군부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6.25전쟁이후 처참했던 삶을 살았던 우리의 현대사를 보여주는 소설이기도 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들과 남으로 피난을 내려온 열한살의 영자. 늘 배고픔에 시달리던 피난민 생활은 힘들기만 하고 거기다 삼촌의 학대와 폭력을 바라보기만 하는 아버지와 오빠에게서 도망친다. 친구를 따라 평택 미군부대에서 살게되면서 첫사랑과의 만남과 헤어짐, 성폭행뒤 임신과 미혼모의 삶을 살게 된 그녀는 일본으로 밀항하게 되면서 영자라는 이름이 아닌 에이코라는 제2의 삶을 살게 된다. 여성의 인권이 취약했던 한국과 일본을 떠나 제인이란 이름으로 미국에서의 삶은 그녀에게 안정된 생활을 주지만 변해버린 남편과 갑작스레 찾아온 사고와 질병으로 힘든시간을 보내게 된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미국으로 그녀는 자기가 마치 뿌리내릴 곳을 찾아 날아다니는 민들레 홀씨 같다는 생각을 한다.(93p) 여자이기에 더욱 힘겨웠던 그녀의 삶이지만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과 강인하면서 명석한 머리로 시시때때로 닥치는 문제들을 영민하게 풀어나간다. 소설속엔 다른 주변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간간히 나오는데 전쟁후 혼란의 시기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남과 북으로 가족들과 생이별를 해야하고 인권마저 유린당하는 피난민 수용소 생활과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는 모습은 새삼 전쟁의 끔찍함을 느끼게 된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남편과 아내를, 부모와 자식을 자식과 자식을 원망과 절망으로 갈라놓고 그 후에도 오랫동안 고통이라는 흉터로 남아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바로 전쟁이라는 것이다.(214p) 부지런 하며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앞에 던져진 모진 시간들을 이겨내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영자. 바텐더로 다운타운에서 아리랑이라는 클럽을 30년동안 운영해온 그녀의 삶은 존경심마저 생길만큼 내겐 인상적이었다. 소설이지만 한여자의 삶을 기록한 책은 무거운 분위기지만 가독성이 꽤 좋아서 쉬읽혔을 뿐 아니라 생존인물의 한편의 영화같은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영자, 에이코, 제인의 삶은 그누구보다 충분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