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다운

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넌 미쳐가고 있어"

이 책을 말하기 전에 B.A. 패리스작가의 전작인 [비하인드 도어]를 얘기 안할수 없겠다.
완벽해 보이는 부부의 모습이지만 사실은 사이코패스같은 남편에게서 사투를 벌이고 있던 아내의 이야기이면서 영화 '적과의 동침'을 연상케 했던 소설. 시종일관 여주인공의 답답한 행보가 시원하고 통쾌한 결말을 주었던 탓도 있겠거니와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었기에 이번 신간에 대해 개인적으로 기대가 많았었다.
아르테에서 출간된 패리스작가의 신간 [브레이크 다운]은 스스로를 믿지못하게 하는 감정폭력인 '가스라이팅'이라는 심리를 이용한 심리스릴러 소설이다. 살인이라는 흉악한 사건이 발생하지만 소설속엔 폭력과 잔인한 장면하나 없이 오로지 한여자의 심리묘사로 긴장과 공포를 그려내는 독특한 전개가 펼쳐진다.

주인공 캐시는 어머니가 젊은나이에 조기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뒤 역사교사로 재직하면서 남편인 매튜를 만나 결혼을 하게된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숲속으로 이어지는 지름길로는 오지말라던 남편의 충고를 무시한채 숲속으로 차를 몰게된 캐시는 멈춰있는 차한대를 보게된다. 차안에 앉아있던 여자를 발견하지만 왠지모를 두려움에 그냥 지나치게 되고 다음날 그여자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캐시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날이후 말없는 전화가 걸려오면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면서 자신의 어머니처럼 조기치매가 아닐까 의심하게 된 캐시. 자신때문에 걱정하고 지쳐가는 주변인들, 해결되지 않는 살인사건, 정체를 알수 없는 범인에게 느끼는 위협, 죄책감과 공포로 인해 그녀는 점점 미쳐가는 것일까?

내가 길가에 차를 멈췄을 때 살인자는 벌써 숲속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일 놈이 나를 봤다면, 나도 놈을 봤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중요한 사실은 내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경찰에 연락했다는 것이다. 내가 누군지 알아내고 협박하기 위해 말없이 전화를 자꾸 걸었던 걸까?(104p)

우연히 찾아온 기회로 알게된 진실.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져있던 그녀이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되돌아보며 침착하게 해결해가지만 분명 그녀에게는 오랜시간 남을 상처가 될것이다.
[브레이크 다운]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가독성이 정말 좋은 소설이었다. 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인의 실체를 알수가 없고 반복적으로 걸려오는 말없는 전화와 히스테릭하게 변하는 주인공 캐시로 인해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긴장감을 준다.
서스펜스 스릴러의 묘미는 반전이라 할수 있는데 사실 소설초반 범인의 윤곽을 눈치챈 나로썬 결말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었지만 이런 내게 허를 찌르는 듯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인상적이었다.
무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해줄 한편의 심리스릴러 소설 [브레이크 다운].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도 충분히 재미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