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 1위로 뽑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름은 책을 즐겨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을정도로 유명한 작가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가지만 내겐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라 그의 책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읽어본 베르나르의 소설중 [잠]이라는 소설이 꽤 가독성이 좋아 수월하게 읽혔기에 연이어 출간된 그의 신간을 가벼운 마음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 그의 새로운 장편소설 [고양이]는 암고양이 바스테트의 시선으로 줄곧 흐르지만 샴고양이인 피타고라스가 함께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펼쳐진다. 인간이 자신들의 시중을 들기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매력적인 암고양이 바스테트. 어느날 옆집으로 이사온 피타고라스라는 천재고양이를 통해 바스테트는 인간사회에 대한 지식과 고양이의 역사를 배우게 된다. 그런 가운데 파리시내에 테러가 일어나고 결국 내전으로 번지면서 황폐해진 도시속엔 늘어나는 쥐떼로 인해 페스트가 발병한다. 페스트로 많은 사람이 죽은 도시를 점령한 쥐떼들 상대로 전쟁을 하게되는 고양이들. 바스테트는 도움을 얻고자 생존한 인간과 교감을 시도한다. 피타고라스는 실험용 동물이었다. 사람들과 소통은 하지못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다른 고양이들에게 전파하고자 하는 피타고라스. 머리에 제 3의 눈이라는 usb단자를 꽂고 인터넷을 통해 방대한 지식을 얻는 고양이의 존재가 무척 흥미롭다. 바스테트는 그의 첫번째 제자이며 사랑을 알게 해준 연인같은 존재다. 책에서 1인칭 화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바스테트는 도도하고 매력적이면서도 강인한 모습이다. 살아 있는 모든 영혼과 교감이 가능하다 여기는 바스테트는 처음으로 인간샤먼과 꿈을 통해 소통에 성공하게 된다. 피타고라스를 통해 인간의 세계를 이해하게 되고 인간 샤먼을 통해 어떤 종도 다른종보다 우월할 수 없으며 모든 동물종이 상호보완적 관계란 것을 깨닫게 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바스테트. 테러와 내전으로 인해 안락했던 일상이 무너지고 폭력으로 얼룩진 인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인간이 스스로 자멸하는 모습을 꼬집는 그들의 시선은 꽤 날카롭다. 인간들이 광기에 가까운 공격성을 보이는 게 태양의 흑점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어. 11년 주기로 흑점이 폭발을 일으킬 때 인간들의 감각에 혼란이 일어나서 살상 충동이 생긴다는 거야. 어쨌든 네가 본 장면은 인간들이 자멸로 접어들었다는 증거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야. 인간들은 지금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지도 몰라. (134p) 애묘인들의 사랑을 받는 고양이 이야기와 고양이의역사, 과학, 철학과 다른 종간의 소통과 교감이 담겨있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타고난 이야기꾼이라 불리울 만한 필력과 상상력이 녹아들어 가독성또한 좋은 소설임에도 틀림없다. 다만, 두권의 얇은 책보다는 한권으로 나와도 충분할 분량과 개인적인 생각으로 작가의 전작품인 <개미>를 재미있게 읽었던 분들에겐 신선함이 살짝 떨어지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