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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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했던가
자식을 보호하고자 사투를 벌이는 모성에 관한 미담은 종종 들려오곤 했다. 자신의 힘을 넘어서 괴력의 힘을 이끌어내는 자식에 대한 본능적인 사랑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영화나 소설속엔 낯선 위험으로 부터 가족을 구하는 것을 아빠들의 전유물인양 그려지고 있다. 그에 반해 '엄마'라는 존재를 부각시켜 어린 아들을 지켜내려 여전사로 변신시킨 소설 한권. 진 필립스의 신간 [밤의 동물원]에는 무장괴한의 무차별 총격속에서 어린아들을 지켜내고자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이야기다. 

엄마는 총알도 막을 수 있어. 그녀는 그렇게 덧붙이고 싶다. 엄마는 절대로 널 다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뭔지는 모르지만 엄마는 저 밖에 있는 것보다 강하고 빠르고 똑똑해. 사실은 할 필요조차 없는 말이다. 링컨은 이미 그렇게 믿고 있으니까. 그녀 자신도 그말을 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114p)

4살난 어린 아들 링컨과 동물원을 찾은 조앤은 가까워진 폐장시간으로 출구를 향해 가던 도중 총소리를 듣게된다. 총소리와 함께 쓰러져있던 사람들을 본 순간 위험한 상황을 감지한 그녀. 악몽같은 시간의 서막이 시작된다. 
동물원에 남아있는 사람들 향해 총을 쏴대는 그들은 누구일까? 
18키로인 링컨을 안고 생존을 위해 안전한 은신처를 찾기 위해 질주하는 그녀의 숨가쁜 헐떡임이 들리는듯 하다. 아이들을 키울때 안고 업고 해본 경험이 있는지라 조앤의 정신과 극에 달은 육체의 피로가 온전히 느껴졌다.
그녀는 이미 보호받아야 할 여자가 아닌 사랑스런 아들을 지켜야 하는 강한 엄마의 모습으로 변신한 듯 싶다.
밤이 깊어지는 동물원에는 정적만이 감돌고 어딘가 숨어 있는 사람들을 찾아 헤매는 총을 든 추격자들의 발소리에 소설은 점점 공포속으로 잠식되어 간다.

괜찮다. 그녀는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안전한 장소에 있다. 누구라도 돌아오면 이 문을 걸어잠그면 된다. 놈들은 절대 그녀에게 이르지 못할 것이다. 겁을 먹는 건 멍청한 일이다. 아빠라면 무서워하지 않았을 텐데. 그녀는 자기도 뭔가 해내는 사람이기를 꿈꿨다. (76p)

공포의 순간을 견디며 숨어 있는 두명의 또다른 생존자인 케일린과 마거릿파월. 
동물원 식당직원인 열여섯살 케일린은 맘이 여리고 말이 많은 여자아이다. 자신과는 다른 아빠를 동경하며 추억을 간직한 그녀는 아빠처럼 뭔가 해내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하지만 그녀의 따뜻한 인간미 넘치는 성격은 다른 사람에게 안전한 은신처를 내주는 행동들에서 볼수 있고 아빠못지 않는 대범함을 가지고 있는 소녀다.
오랜시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마거릿 파월. 
예순여덟의 그는 예전만큼 죽음이 두렵진 않지만 뜻하지않는 상황속에서 예전 제자와의 만남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평범한 일상속에 갑자기 인간사냥꾼의 사냥감이 된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에게 말을 걸면 걸수록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수록 그는 그녀가 진짜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손을 잡고 같이 줄을 섰으며, 신발끈 묶는 걸 도와주던 사람 말이다. 사실 그녀는 그런 일들을 했던 기억이 없다. 하지만 자기가 맡았던 모든 학생들에게 한 번쯤은 그런 일을 해주었을 거라고 상상한다.(284p)

인간사냥을 위한 추격전이 시작되지만 소설속엔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상세한 묘사는 없다.
도망자들을 추격하는 범인의 모습에도 많은 공을 들이지 않았다. 거기다 소설속엔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도 않는다. 장소마저 동물원이란 제한된 공간과 세시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그러나 소설을 읽는 내내 긴장감에 두근되는 가슴을 부여잡게 만들고 그 어떤 영화보다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어 버린다. 
추격자의 발소리, 간간히 들려오는 동물들의 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폭죽터지듯 희미하게 들리는 총소리와 숨은자와 쫓는자의 숨소리, 동물원 곳곳에 짙은 안개처럼 깔린 어둠은 심장을 조여오는 극도의 긴장감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괴한의 눈을 피해 숨어 있는 상황속에 본능에 충실해버리는 어린 아들 링컨을 어르고 달래는 조앤의 모습을 보며 문득 떠오르게 되는 생각들, 내가 조앤이라면? 내가 총을 든 누군가에게 쫓긴다면? 무기를 든 괴한에게서 내아이를 지켜야 한다면? 절박한 상황속에서 내아이의 생존을 위해 갓난아기의 위험을 외면하던 조앤의 모습은 나역시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너무도 뛰어나 푹빠져 읽으며 그들과 함께 느꼈던 스릴과 공포의 시간들이다.
가독성은 좋지만 심장의 건강을 생각해 한번에 완독을 하지 못한 소설, 그렇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아드레날린을 마구마구 솟아나게 하는 심장쫄깃한 소설, [밤의 동물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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