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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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정원이 있는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은 많이들 가지고 있을것이다. 나역시 공기좋은 곳에 상상속으로 그리던 집을 짓고 드넓은 정원에 나무도 심으며 그렇게 여유있는 삶을 한번쯤 그려보기도 하고 또 한때는 부동산 정보를 뒤지며 이사를 계획해 보기도 했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던 마당넓은 집에 대한 로망을 전혀 다른 공포의 장소로 그려낸 소설이 있었으니 엘릭시르에서 출간된 김진영작가의 [마당이 있는 집]이다. 제목만 보면 꼭 아름다운 그림이 곁들여진 에세이집일것만 같았는데 살인사건이 전개되는 심리서스펜스이자 가정스릴러라고 하니 호기심이 생겼다. 소설은 두여자의 시점을 교차시키며 한남자의 죽음을 시작으로 서로가 얼키고 설키는 과정들을 통해 행복한 집을 지키고 갖기위한 이야기라 할수 있다.

의사인 남편과 잘생긴 아들, 부유한 시부모까지 모든게 완벽하고 행복한 가정속의 주란은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으로 이사하게 되지만 마당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서 행복하다고 믿었던 자신의 삶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거름냄새라며 시종일관 가볍게 이야기하는 남편의 계속된 수상쩍은 행동과 병원거래처 지인 윤범의 죽음으로 인해 불거져 있던 남편에 대한 의심은 주란의 심리적인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남편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남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걸까? 이런 의심 속에서 나는 놀랍게도 남편이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보다 남편이 나를 버리면 어떻하지 하는 두려움이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200p)

죽은 윤범의 아내 상은은 주란의 상황과는 조금 상반된 가정속에서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폭력적인 남편속에서 이혼을 꿈꾸던 그녀. 남편이 죽은뒤 알게 되는 한 소녀에 대한 비밀은 뱃속의 아기와 자신의 행복한 집을 가질수 있는 열쇠가 된듯 하다. 그렇기에 우연 또는 필연적인 주란과의 만남으로 서로에게 적대감을 품게 되지만 어쩔수없는 협력관계가 된다.

남편이 죽고 난 뒤 내가 느낀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무기력함이었다. 나의 모든 고통과 괴로움을 남편 때문이라고 여겼고, 내 인생이 절망적으로 변하고 지옥같이 여겨지는 것도 모두 남편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남편이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고통의 시간을 마주해야 했다. 나는 해결할 수 없는 그 시간들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더이상 원인을 어디에 돌려야 할지 몰라 무기력함에 허덕였다. (348p)

경제적인 안정된 생활속에서 모든일을 알아서 처리해 주는 남편덕에 화초처럼 지낸 주란. 자신에게 닥친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운 일들을 마주하며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신에게 없는 상은의 결단력에 비록 주눅이 들었던 그녀였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행복한 가정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모습은 초반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해소되는 기분이다.
주란의 이야기로 소설 초반부터 시작된 서스펜스와 상은의 남편인 윤범의 죽음으로 시작된 스릴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공포와 긴장감으로 읽는 내내 눈을 뗄수 없게 만든다. 유난히 등장인물인 주란과 상은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됐던 소설이다. 완벽한 가정이라는 환상을 깨고 나온 주란과 행복한 가정을 꿈꿨지만 쉽지 않았던 상은. 그들의 가정이라는 틀을 벗어나 스스로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들이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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