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독서토론회를 앞둔 유나라는 소녀가 대회장에서 도망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농아부모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청각 장애 부모를 둔 비장애인인 자녀를 가리키는 '코다'로 불리는 유나는 어릴적부터 두 개의 말과 두 개의 세계를 들락거리며 특수한 상황속에 살았다. 들리는 세계와 들리지 않는 세계속에서 부모의 다리역활을 해온 유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부조리한 시선과 커가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간절히 원하게 되는 마음안에서 방황을 하게 된다. 자음과 모음에서 출간된 박하령작가의 <발버둥 치다>는 청소년인 유나와 친구들이 가족공동체 속에서 자신의존재를 존중받으며 원하는 삶을 살기위해 발버둥치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학교 대표로 토론대회에 나가게 된 유나는 농아인 엄마가 온것을 알고선 도망쳐 나오게 된다. 부모의 장애가 부끄럽기 때문만은 아니다. 토론장에 자신을 응원하러 온 남자친구인 희수에게 부모님에 대한 거짓말을 들킬까 두려운 탓이기도 했다.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들지만 학교 홍보용 동영상에서 수어로 말하는 장면을 찍으라는 강요로 유나의 반항은 또다시 시작된다. 동영상 문제로 가까워진 승미는 다둥이 가족의 장녀다. 많은 동생들을 둔 가난한 집안의 장녀로 가족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한다. 또다른 유나의 절친인 주은이는 교수부모님의 딸로 유복한 모범생으로 살아야 한다는 족쇄를 가진 아이다. 내가 언젠가 책에서 봤는데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거라고 했어. 난 나 자신이 될 거야.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간헐적 발작도 하고...의지를 갖고 뭐든 할 거야. 누군가의 바탕화면일 수는 없으니까.(70p) 농인 부모의 자녀로, 다둥이 가족의 장녀로, 교수부모의 모범생딸로 살아야 했던 아이들은 가족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 중학생딸과 함께 읽으며 잠깐의 대화속에 아이의 분노를 듣게 된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어느 누구의 희생을 만들면 안되지 않냐는 아이의 생각과는 달리 나는 그닥 화가 나지 않았다. 내가 자라온 시대와 환경에서는 가족 개개인의 존재보다는 가족공동체를 위한 삶이 우선시 되었던 환경이었기 때문에 좀더 덤덤하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속 아이들의 대화들은 공감이 가면서도 나답게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삶이 어린 너희들 뿐일까 싶어 울컥한다. 부족하지만 어린자식들의 안위를 위해 삶의 터전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는 부모들의 발버둥 또한 잊지말아야 하지 않을까? 작가는 소설을 통해 가족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당연하게 요구되는 정답같은 가족의 형태속에서 나답게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세지를 건넨다. 나역시 사랑이란 이름으로 우리 아이들의 날개를 꺽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며 소설의 주제처럼 가족간의 건강한 '거리두기'를 마음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