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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삐에로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0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읽어본 이사카 코타로 책중 소설속 등장인물들에게 이토록 집중해서 읽은 소설은 [중력 삐에로]가 처음이 아닐까싶다.
소설의 500페이지 가까운 책속 이야기는 이즈미와 하루라는 형제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그들의 가족과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초반 방화사건을 시작으로 더디게 진행되는 사건들은 100페이지도 안남긴 상태에서 그닥 긴장감도 없이 끝나버리고 만다. 작가의 전작들을 읽었을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사건속에서 얽히고 설키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 다른 소설과는 다르게 결코 가볍지 않은 사건을 단역으로 만들어 버린 느낌이다.
어쩌면 인물들에 온전히 공감하며 그들의 감정선을 따라 읽어가길 원하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잠시 해봤다. 유전자에 집착하는 형제의 모습과 하루의 정신적지주인 간디나 유명인들의 이야기에 정성을 들여 쓴 작가는 아무래도 이즈미와 하루라는 캐릭터에 애정이 듬뿍 담겨있는듯 하다.
강간을 당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하루. 쉽지않았을 텐데도 친자식과 다를바 없이 키우는 아버지. 하루보다 두살위인 우애좋은 형 이즈미.
잘생긴 외모에 명석한 두뇌와 그림도 잘그리는 하루는 그들 가족에게 분명 사랑스런 존재이지만 세상의 모든 사물과 생물에게 존재하는 중력처럼 끌려다니는 자신의 태생을 혐오하게된다.
실제로 내게도 복잡한 출생의 비밀을 갖고있던 친구가 있었더랬다. 사춘기 시절 우연히 자신의 이야기를 알게된 그녀는 혼란스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시도까지 했었던 그시간을 나도 그녀도 그녀의 손목에 남은 흉터처럼 남아있기에 '하루'를 바라보는 내가슴은 먹먹하기만 하다.
강간당해 태어난 아이라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소년범죄자기에 가벼운 형을 받고 다름이름으로 사는 가해자까지 하루의 가족에겐 분명 힘든 시간들이었겠지만 이즈미가 회상하는 가족들과의 과거 이야기는 따뜻하게 느껴진다.
"정말로 심각한 것은 밝게 전해야 하는거야."
"무거운 짐을 졌지만, 탭댄스를 추듯이."
"삐에로가 공중그네를 타고 날아오를 때는 중력을 잊어버리는 거야." (109p)
암에 걸린 아버지의 병동에서 '롤랜드 커크'의 경쾌한 재즈연주를 들은후 하루의 인상적인 말이다.
중력을 잊은 삐에로의 날아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는 세 남자의 경쾌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가독성이 좋다라고 말할수는 없으나 읽고난뒤 내게는 기분좋은 여운이 남는 [중력 삐에로]였다.